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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1 23: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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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쌓은 에고에 의심없이 열심히 살았죠.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 간부까지 갔었죠.
제손으로 직접 키웠던 사람에게 뒤통수 맞아서 못나게 멈춰섰었습니다. 알량한 제 자리가 탐났었나봐요.
문제는 그 이후였어요. 앞만보고 전속력으로 달리던 차가 갑자기 준비도 없이 강제로 멈춰진거죠.
20 년 동안 쉬지않고 달렸으니 일단 1년만 쉬자, 라고 아내가 말하더군요. 그게 거의 4년을 갔습니다.
미련, 분노, 우울, 그에 따른 질병, 이런것들의 진짜 무서운 점은, 어느날 갑자기 덜컥 오는게 아니라
마치 리트머스 종이에 천천히 잉크가 스며들 듯, 뒤돌아보면 어느새 나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까지 가서 살다왔어요. 도저히 한국이란 나라, 이 문화, 모든것이 더이상 보기 싫어서요.
그 덕에 도저히 알지못할 것들을 경험하고, 느끼고, 대오각성 까지는 아니더라도 전환점을 맞았죠.
현재는 별걱정이나 별탈없이 잘 살고 있습니다. 극복이요? 아뇨, 극복이란 마치 사막의 신기루 같은 겁니다.
그냥 제 인생의 특이점이 일어난 날 그 이전과, 이후로 바뀐것을 인정하고 사는겁니다. 마치 큰 상처가 아물면 남는 흉터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