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야 짖지 마라. 밤 사람이 모두 도둑인가? 주목지 호고려님이 계신 곳에 다녀오련다. 그 개도 호고려의 개로구나. 듣고 잠잠하노라(정광, <조선가> 2020, 189쪽)
일본에서 건너온 하기(萩) 다기를 국립중앙박물관이 전시 중이다. 다기의 정식 명칭은 철회시문차완(鐵繪詩文茶碗)이다. 정광 고려대 명예교수가 자기에 적힌 글귀를 뜻이 통하게 해석해 냈다. 여기서 ‘호고려’는 조선을 뜻한다. 이 글귀로 조선 도공은 주로 밤에 마실 다녔음을 알 수 있다. 타향살이의 설움을 조선식 시조 운율로 찻사발에 적어놓았다.
경상지역 도공들은 임진왜란 때 히로시마 출신의 다이묘인 모리 데루모토(毛利輝元)가 이끄는 왜군에 끌려갔다. 모리는 침략군 최대병력인 3만의 제7군 수장이다. 이들 왜군은 선봉군보다 열흘 정도 늦은 임진년 4월 하순에 김해의 죽도에 상륙해 경상도를 점거해 나갔다. 전투보다 약탈에 치중한 듯이 보인다. 경상도 도자기로 유명한 성주(星州)에 5월 18일에 들어가 “9일간 머물면서 이곳의 도공 등을 납치해” 히로시마로 보냈다. (정광, 190쪽)
출처 : 스토리오브서울(http://www.storyof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