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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6 01: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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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론적 증명(Moral Argument)
유신론자들의 주장;
"이 사회에는 권선징악을 권장하는 도덕적 판단이 있다. 또한 개인의 양심도 악을 미워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이와 같이 선을 지향하는 도덕적 성향은 곧 이 사회를 도덕적으로 인도하려는 도덕적 주권자의 존재를 증명한다."
비판;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데카르트의 것을 포함하여 기존의 신존재증명을 모두 폐기처분하면서 이상한 이론을 하나 만들어냈다.
이 도덕론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서 어느 정도 유용할 지는 모르나 신의 존재를 증명하기에는 역부족이며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우선 도덕적인 존재가 이 세상을 인도한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일단은 편하게 이 존재를 ‘신’이라고 부르자.
신은 우리에게 거짓증거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그래서 우리는 거짓말하는 것은 악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살인자에게 쫓기던 친구가 자신의 집에 피신해 왔을 때 뒤쫓아온 살인자가 친구의 행방을 묻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때 정직하게 말함으로써 친구를 살인자에게 내어 주어야 하는가? 아니면 거짓말을 해서 친구를 구해야 하는가?
여기에서 칸트는 자신의 논리에 갇혀서 어떤 경우에도 거짓말은 죄악이라고 선언하고 말았다.
논리적으로 엄격하고 또한 철학적인 결과이지만 상식적으로는 실책이다.
그가 조금만 더 수학적으로 생각했었다면 악에 대한 악은 선이 된다는 간단한 공식을 세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신은 이것마저 용납하지 않을 것 같다.
칸트 이상으로 신은 상대적 선악기준을 거부하고 절대적 선악기준만을 고수하는 자세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위에서 했던 가정을 폐기해야할 것 같다.
신은 도덕적인 존재가 아닌 것이다.
또한 악한 존재도 아니다.
신에게는 선악에 차이가 있어서는 아니 된다.
아니 선과 악 자체가 차이가 없어야 한다.
나 또는 우리에게 좋은 것은 선이고 나쁜 것은 악이라고 분류한 것일 뿐이며,
또 이것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바뀌는 성질이 있다.
결국 선과 악 자체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이다.
그럼 역으로, 우리가 통상 느끼는 것처럼 선악에 차이가 있다고 가정해서 생각해보자.
그 차이는 신의 명령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원래부터 그런 차이가 있었던 것인가?
신의 명령에 의해 차이가 있다면 앞서 말한 대로 신 자신은 선악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래도 일부 기독교인들은, 신은 선한 존재이며 악은 인간의 죄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신이 선하다면 신이 선하게 된 것은 어떤 기준에 의해서인가?
그리고 누가 신을 선하게 했는가?
스스로 선하게 되었다고 어느 목사가 반론을 제기했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답변이다.
스스로 선하게 됨에 있어서도 신은 어떤 기준을 따랐음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악에 대해서 살펴보아도 인간의 죄로 인한 악은 인간의 자유의지의 결과라고 책임을 씌울 수 있겠지만
인간창조 이전의 악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없다.
다시 한번 신은 선과 함께 악도 포함하고 있다는 결론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이것보다는 선과 악의 기준이 신이 존재하기 이전에 정해진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그럴듯하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도덕적 주권자의 존재는 좀처럼 실체를 정의 내릴 수 없다.
어떤 측면에서 살펴보든 간에 역설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 도덕과 양심을 재조명함으로써 해결이 될 것이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역사적으로 보아 도덕율은 인간의 사회성이 만들어 낸 것이며,
또 도덕은 끊임없이 변하여 왔음을 알 수 있다.
양심은 단지 도덕을 내적으로 투영하는 것일 뿐이다.
또 늑대소녀에게 어떤 도덕과 양심을 발견할 수 있는가?
결국 도덕과 양심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문제이며 어떤 가상의 주권자가 끼어 들 자리는 없다는 것으로 도덕론을 정리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