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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7 14: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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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하는 관찰과 판단은 늘상 확증편향이나 취사선택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에 대한 관찰과 판단은 가치중립적으로 해야 오류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은 아실 것입니다.
무신론자들은 그렇게 관찰하거나 판단하려고 노력합니다.
유신론자들은 그런 습관이 결여되어 있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결국 무신론자의 판단과 유신론자의 판단은 님의 말씀대로 피장파장이 되진 않습니다.
리처드 도킨스는 자신의 과학적 견해를 가지고 가치판단을 하지 않았습니다.
기껏해야 "이 얼마나 경이로운 현상인가?"라는 감탄은 연발했습니다만...
또한 과학적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가치판단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하였지요.
그런데 여기서 도킨스 식의 주장을 부정할 수 있는 증거나 논거는 유신론 측에서 아직까지 제시된 적이 없더군요.
오히려 무신론자들끼리 생존본능이나 종의 보존이 가치체계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갑론을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마지막 문단에 언급하신, 저의 두가지 발언이 서로 모순이라고 생각하시는군요.
제가 봐도 정말 그냥 읽어보면 모순으로 느껴질 것 같습니다.
저의 표현상의 미스로 봐 주시기 바랍니다.
변명삼아 말하자면, 제가 몇가지 전제를 설명하지 않고 그냥 내뱉었기 때문에,
또한 본능이라는 것의 범위를 여기서는 넓게, 저기서는 좁게 적용했기 때문에 생긴 오해라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런 식의 적용이 모순과 다를 바 없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먼저 제가 이론을 인용하면서 추가로 했던 말을 우선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자기 생존의 본능은 종의 보존을 위한 생명프로세스의 하부기능의 하나라는 해석이
인간의 다양한 행동들, 심지어 모순되어 보이는 행동들까지 더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게 설명해 줍니다."
"가치판단이라는 행동을 하게 만드는 프로세스"도 유전자 내에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는 것도 하나의 이론입니다.
물론 저는 이 이론을 상당히 호의적으로 보고 있구요.
또 하나 살필 점은, 무엇이 어떤 가치가 있는가 라는 판단과 무엇이 선한 행동인가에 대한 판단은 동일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유전자에 내재된 프로세스에 의해 하는 행동을 대체로 본능이라고 칭해도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우리가 본능이라는 말을 너무 포괄적으로, 혹은 경우에 따라 다르게 사용해서 생긴 오해라고 할 수도 있죠.
더 복잡해 질 것 같은 데, 정리해서 말씀 드리면 제 발언을 이렇게 이해해 보시기 바랍니다.
"뭔가를 경험하고 이것을 학습한 후 다음 행동이나 판단에 반영하기 전에 무엇이 더 유리한가 판단하고 분류하는 것은
유전자에 내재된 프로세스의 하나"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물론 무신론자 중에는 저의 말을 부정하는 이도 많습니다.
가치라는 것은 본능이니 유전자의 프로세싱이니 하는 것과 상관이 없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또 인간에게는 생존과 상관없는 별개의 가치판단 본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다시 정리하면, 제가 했던 각각의 발언에서 용어의 적용범위나 방법에 차이가 있어서 생긴 오해이니
두 발언을 엮어서 함께 보지 마시고 각 발언이 행해졌던 상황에 견주어 따로따로 보아 주셨으면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