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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28 15: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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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 로봇의 컨트롤 및 의사결정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입니다. AI 랑은 조금 다른 분야를 공부하고 있습니다만.. 뭐 글을 팔 정도는 아니고 떡밥을 던져주셨으니 생각했던 것을 적어볼게요.
저는 인공지능은 계산기다 라는 입장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글재주가 없어서 횡설수설 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드는군요. 읽는 분들 화이팅.
SF 영화나 만화를 보면, 기계군단이나, 휴머노이드가 등장하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게 꽤나 웃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왜인가 하니, 이를테면 인간을 멸절시킬 목적의 기계를 만든다고 하면 머리가 있고 팔 두개 다리 하나에 얇은 몸통을 가지고 2족 보행을 하는 모습으로 만드는 건 멍청한 짓이기 떄문이죠.
물론, 사람은 이것 저것 다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설계로 피아노도 칠 수 있고, 축구도 할 수 있고, 총을 들고 전쟁을 할 수도 있지요. 그러나 사람이 설계해서 만들어낸 인공물은 같은 설계로 만능일 필요가 없습니다. 매우 제한적인 기능을, 최적화하여 수행하도록 하고, 서로 다른 기능은 서로 다른 기계가 수행하면 되지요.
사람의 모습을 한 로봇을 제작한다면, 그것이 사람의 모습을 하는 편이 기능적으로 좋기 때문일겁니다. 언젠가 매춘을 하는 로봇이 개발된다면 사람과 똑 닮게 만들겠지요? 영화 I-robot 에 나오는 가정용 비서 로봇이라든지, 서비스업에 로봇이 투입되면 인간에게 거부감을 들지 않게 하기 위해 인간처럼 만들겁니다.
지능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닮은, 자유롭게 분야를 확장할 수 있는 거대한 인공지능망을 만들어내는 것도 아마 가능할겁니다. 그러나 안 만들겁니다. 왜냐하면, 바둑을 두는 인공지능과, 트위터를 하는 인공지능과, 연예기사를 쓰는 인공지능을 따로 개발하는 것이 나으니까요. 우리는 인간이기에 인공지능의 궁극적인 끝을 인간과 구분되지 않는, 그러나 인간이 아닌 어떤 지성이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그건 그렇게 효율적이지도 않고 쓸모도 없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사람의 몫이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물론 상황과 가치판단능력을 가르칠 수 있겠지만, 그 역시 특정 분야에 국한되게 개발될 것이겠지요. 그래서 인공지능은 결국 계산기이고, 인간 활동에서 특정한 지식과 경험. 배움을 요구하는 부분을 대신해주는 형태로 발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한 증기기관과 전기, 계산능력을 대체한 계산기/컴퓨터에 비해서 인공지능은 사회에 더 큰 변화를 일으킬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문지식이나 경험, 식견이 필요했던 수많은 일들이 그냥 지나가던 아저씨도 할 수 있는 일이 될테니까요. 많이 나오는 이야기 중에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약사와 변호사가 사라진다는 말이 있는데,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사람이 할 수 있어요. 단백질인형 로봇....을 만드느니 사람을 쓰는게 쌀 거구요. 다만 약사가 약대/약전에서 공부한 사람일 필요는 없겠죠. 그냥 편의점 알바가 input 만 정확히 넣어주면 지금의 전문가보다 훨씬 정확한 처방을 내릴 수 있을 뿐이지요.
이러한 변화로 인해서 사회가 더 편해질지, 더 비참해질지는 아직은 섣불리 판단하지 못하겠습니다. 모든 사람이 시급 6천원짜리 인생이 될지, 혹은 전국민이 시급 6천원짜리 일을 하지만 더 많은 여유시간을 가지고 풍족하게 먹고살 수 있을지. 후자가 우리가 꿈꾸는 이상이겠지만, 아마도 헤쳐나가야 할 산이 많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