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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0 19: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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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나는 고양이다.
고롱거리는 것이 좋다.
캣닙은 더 좋다.
하지만 주인님이 가장 좋았다.
주인님은 정말 상냥하신 분이었다.
길가에서 어미를 잃고 아이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하던 나를 구원해줬다.
그녀는 나에게 자신은 슈퍼맨이라고 말했다.
정말, 지금 생각해보면 그저 우스울 뿐이지만.
그땐 그렇게 멋진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나를 끌어안고 집에 데리고 가 무작정 키우기 시작했다.
역시 슈퍼맨이다.
어떠한 궁지에 몰려도 이겨내는 슈퍼맨.
그런 멋진 사람.
그리고 그녀는 나와 언제까지나 함께 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학생이 되고, 대학을 다니고.
결혼을 했다.
그 행복한 모습을 멀리서 바라봤다.
이럴때만큼 내 검은털이 미웠던 적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그녀가 행복하니까 됐어.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의 딸이 태어났다.
정말 귀여운 아이다.
이름은 민이라고 했다.
그녀는 나를 보면서 언제까지나 민이와, 나와 함께 해달라고 했다.
나는 미야 거리며 대답했다.
정말 행복했다.
어느날, 그녀는 장보러 간다며 집밖으로 나섰다.
나에게 민이를 잘 부탁한다며 웃었다.
그리고 그게 내가 본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행복은 마치 유리같아서
언제 깨져버릴지 모르는 것이다.
그리고 깨지고나서야 알게 되는 것이다.
그 소중함을.
나는 그 집에서 쫒겨났다.
검은 고양이라고.
하지만 난 죽을 수는 없었다.
이미 15년도 넘게 살았지만
그래도 민이가 있었다.
그녀와 약속했다.
그래서 나는 그 꽃밭에서 괴물이 되었다.
그리고 민이를 찾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모든것을 잃어버렸다.
나는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그런 나에게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내가 그 역할이 되는 것이다.
"나는 슈퍼고양이야."
그렇게 민이와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민이의 아빠가 되었다.
"아빠 듣고 있어?'
오랜만에 옛날 꿈을 꾼듯 하다.
"어. 그래 듣고 있어."
"여튼, 나는 아빠가 좋아."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다.
"이녀석이 이제 철이 좀 들었나보네."
"하지만 난 고양이란다."
결국 난 고양이일 뿐이니까.
"아빤 그냥 고양이가 아니잖아."
"슈퍼고양이잖아."
나는 아무 말없이 그저
하늘을 바라봤다.
그때의 은하수가 떠올라있었다.
별똥별이 슥하니 떨어졌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별들이 떨어졌다.
마치 불꽃같았다.
행복했다.
정말. 행복했다.
난 영원을 산다.
언젠가 이 행복도 깨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러니까 이 시간이 소중하다.
그래서 그녀에게 다시 말했다.
"나는 슈퍼고양이란다."
"네 아빠가 되어도 되겠니?"
수많은 별들 아래에서
민이는 별보다도 화려하게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