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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4 12: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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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상황인데, 영세 자영업자 중 사업수완이 변변치 않지만 호구지책으로 가게를 연 사람들의 상당수가 쓸려나갈겁니다. 이들의 재고용? 퍽이나요. 자영업자들의 적지 않은 수가 퇴직자&실직자라는 건 다들 아실텐데요? 장사를 하려고 마음 먹은 게 아니라 할 수가 없으니 장사를 해야겠다는 사람들이죠. 시장논리를 따르자면 이들은 처참하게 박살이 나야 하겠지만, 생각보다 이런 사람의 수가 많고 이들이 망해버리면 '꽤나 경제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할 겁니다. 현재의 대한민국 상황에 따르면 말이죠.
예상하는데 만일 최저임금이 오르면 짧지 않은 기간동안 혼란이 가중될 겁니다. 왜냐? 실직자가 급격히 증가하는데 고용률이 상승하진 않을테니까요. 지금 상화에서도 기업은 임금을 동결,혹은 삭감하려고 눈에 불을 키는데 임금인상과 직결되는 최저임금이 오르는데 고용률이 오르겠습니까? 정부가 적극적으로 조지지 않는 이상 고용률은 '오히려 더 떨어질 것이고', 떨어진 고용률의 희생자&망한 자영업자들이 쏟아져 나오면 노동시장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꽤 그럴싸해지겠죠?
장기적으로 보면 내수경제가 활성화되고 경기가 살아나긴 할 거에요. 고용률도 오를 것이고. 하지만 경제라는 건 결국 흐름이거든요. 멈추기 시작하면 연쇄적으로 멈추듯이 흐르기 시작하면 연쇄적으로 흘러요. 다만 문제가 되는 건 그 여파가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건 시간이 걸릴 건데, 그 사이에 벌어질 파장에 대한 리스크를 개인에게 '대국적인 흐름을 위해 네가 망해줘야겠다!'라고 말할 순 없거든요. 님들보고 '너만 죹되면 모두가 살아나. 뒤져주겠니?'라고 물어보면 님들은 '예쓰! 뭐 모두를 위해서 제가 죹되죠 뭐 헤헤' 이러진 않을거잖아요. 그쳐?
영세 자영업자들도 마찬가지에요. 아예 자기 몸 하나인 사업장이야 피할 수 있지만, 악순환의 고리에 들어가서 근근히 버티고 있는 사람들이 단숨에 팍 가속이 붙으면 나가떨어져요. 그게 '조금 버티면 숨통이 트이면서 살아나서 정상적인 고리에 합류할 가능성을 지닌 사업장'도 꽤 될거에요. 이들을 누가 구제해주느냐? 그게 정부가 할 일이에요. 헌데 정부가 그런 '건실하지만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순간의 압박을 버티지 못하는 사업장'을 가려내고 보조해주는 건 굉장히 세심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데, 현 정부가 가능하겠습니까? 냅둬도 뒤질판인데 손대면 완전 작살내는건 겁나 잘하는데 말이죠.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에요. 하지만 그 전에 준비가 필요해요. 단순히 최저임금 인상! 이라고 외칠 건 아니다 이거죠. 이게 가져다 줄 장기적인 영향력만을 위해 단기적인 파급효과를 무시해선 안됩니다. 왜냐면 그 파급효과가 장기간의 영향력을 말아먹을 가능성은 충분하니까요.
요지는 이거에요. 최저임금을 인상하려면 정부가 그에 대비한 대책을 세워야 해요. 뭐 제 안 돌아가는 대가리로 떠올릴 수 있는 건 '고용 보조금'정도겠네요. 인상안에 맞춰 일정 비율을 정부가 보조금이나 세금 감면으로 때워주고, 점차 그 비율을 줄여나가는 거죠. 물론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겠지만, 당장의 출렁거림에 고사할 가능성이 보이는 곳을 살리는 방법을 고려하지 않고 '하하하 시장경제의 함마를 받아라!'?
글쎄요... 최저임금이 인상되더라도 혜택을 보려면 고용이 되고 임금을 받아야 하는데, 그 임금을 받을 사람이 고용될 장소가 없다면 결국 도루묵이죠. 결국 고용될 여지를 얼마나 남기면서 단기간의 쇼크에 얼마나 대처를 잘해야 하느냐가 관건인 문제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