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적으로 전 왕정이라는 체제에 엄청난 거부감을 가진 사람입니다. 일단 왕정은 내 대가리 위에 누군가가, 그것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이가 영구적으로 눌러앉은 체제니까요. 빡친다고 바꿀 수도 없고, 내가 뭐라고 한들 그걸 갖다 저놈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도 않죠. 무엇보다 내가 줘빠지게 일하고 뭔가를 하는데 저것들이 왜 들고갑니까? 저놈이 내 주인이라서? 어우 뿩, 그건 내가 원하는거 아니에요. 날 지배하는 건 최소한 내가 인정하거나 날 조금이라도 위한다는 말을 하는 양반이지, '이미 그러하니 넌 따라라'는 아니에요.
그런 의미에서 전 조선왕조 최후의 일가족이 역사의 수많은 왕조가 그래왔던 것처럼 폭망해버린 것에 대한 그 어떤 슬픔이나 안타까움도 없습니다. 그건 조선의 이야기고, 난 세워진지 내 나이보다는 확실히 많은 ROK, 대한민국의 국민이거든요. 남의 나라고 남의 나라 국왕 이야기죠. 조선의 이야기죠.
이런 역사에서 숱하게 있어온 왕조들 중 하나의 비극을 꺼내면서 '아이고 불쌍해 불쌍한 우리 조선왕조 ㅠㅠㅠ'라는 시선에 대해서... '아 그러세요? 쟤들이 없어진 덕에 난 내 손으로 내가 원하는 지도자를 뽑을 기회가 생겼는걸? 물론 내가 원하는 사람이 뽑히리라는 장담은 못하지만 어쩌겠어. 최소한 확정된 것보다야 낫지'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저들의 야이기를 '한국의 이야기'라고 얽어매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도 듭니다. '그렇게 조선왕조가 그립나? 주권이 자기네들 손아귀에 있는 이 시대에 굳이 저들에게 주권을 바쳐야 하나? 저들이 정말 그럴 가치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이승만과 그 떨거지들이 말하는 건국절 어쩌고 하는 걸 옹호하는 양반네들같아보이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제 세계관에 조선은 '아, 그런 나라가 있었죠. 망했지만. 여긴 대한민국이고 난 거기 국민이거든요?'정도의 수준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