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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9 07: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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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그 분 글에 댓글은 안 달고 넘어갔습니다만... 제 생각엔 '자신의 창작물에 대해 모든 걸 쏟아붓다보니 마음이 조금 지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실 아이디어나 소재는 엄청나게 겹칩니다. 플롯이 비슷하거나 스토리가 유사하지 않느냐 싶겠지만, 까고 말해서 소재가 여러 가지 겹치기 시작하면 스토리나 플롯이 정말 유사해집니다. 점 하나만 있으면 어디에 찍혀 있는지 모르지만 두 개면 선이 되고 세 개면 면이 되고 네 개면 그 면의 한 지점을 정확히 알려줄 수 있는 법이니까요.
다만 그걸 어떻게 대처하느냐, '표절 의혹'이 들어왔을 때의 대처가 중요한 거에요. 제가 보기에 그 웹툰 작가 아저씨는 굳이 '저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할 정도는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적극적으로 해명하려 했거든요? 그것도 별다른 의혹을 넘어서서 그런 웹툰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인 사이트에서 말이죠. 보통 저런 식의 해명은 의혹이 불거지고 여론이 커질 때 나오는 법이지, 연재 사이트 댓글에서 제기되었다고 이렇게까지 막 찾아와서 '내가 이런 걸 그리는 사람인데 난 표절이 아니에요!'라고 하진 않아요.
솔직히 말해서 그 아저씨 마음 이해는 돼요. 정말 다 쏟아부었는데 쓴잔만 연거푸 퍼마신 물건이 드디어 살아날 기회가 생겼는데, 이걸 날려먹지 않을까 걱정이 되겠죠. 웹툰들 자빠지는 케이스 한둘도 아니고, 자기 노력이 물거품되는것만큼 개떡같은 기분 느끼는 게 창작자에게 어디있겠습니까?
하지만 말입니다... 세상에는 결백을 주장하는 행동을 순수하게 '아, 아니에요? 그럼 됐어요. 아니면 아닌거죠'로서 끝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요. 있어도 대부분 '아 그래요? 그런데 나랑 뭔상관?' 식의 무관심에 가까운 리액션이죠. 오히려 '아, 그러시군요? 그러면 뭔가 이건 거대한 음모가 있지 않을까요? 당신은 피해자인 거에요! 자, 우리 함께 당신의 결백을 위해 싸웁시다!' 같은 골때리는 양반이 참 많아요. 특히나 이 사이트엔 그런 사람 정말 많아요. '아, 그러시군요.'에서 끝날 일을 갖다가 '이건 뭔가 문제가 있어! 우린 알아내야 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엄청 많다구요.
저는 그게 걱정이에요. 결백을 주장하는 '다소 빠른데다 좀 과한 반응'이 돌고돌아서 치명적인 뭔가로 변질되어서 그 아저씨 해치지 않을까, 그게 정말 걱정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