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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8 15:4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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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하고 싶어서 전역지원서를 냈는데,
선배들이 못내게 해서 두번이나 퇴짜 맞고
세번째에는 아예 행정병이 전역지원서 양식을 안 줌.
그래서 머리를 썼음.
일단 선배네 배에 가서 양식 한 장을 얻어옴.
전역지원서는 두 장을 써야 하기 때문에
한 장만 달라고 하니 그냥 줌.
그걸 워드 프로그램으로 똑같이 만들었음.
겹쳐 놓고 불빛에 비춰 보면 완전 똑같음.
그걸 바로 써서 바로 내면 붕어임.
전역지원서 쓸 때 된 후배들을 꼬심.
총 6명을 꼬셔서 한날 한시에 같이 제출함.
배에서 난리가 났음.
한참 일할 놈들이 7명이나 한번에 전역지원서를 냈으니…
제출한 놈들 하나하나 불러다가 면담을 했는데,
그 원흉이 나였다는게 드러남.
부장(부함장)이 불러서 갔더니 딱 보자마자 첫마디가
“넌 이새꺄! 전역하려면 혼자 하지 왜 순진한 애들을 꼬셔?”였음.
부장이 나한테 꼬투리가 잡힌 거임.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전역하려면 혼자 하라구요?
그럼 저 혼자 전역지원서 내면 받아주실 겁니까?”
했더니 부장이 어버버 함.
부장이 말 돌리려고 하는 걸 끝까지 물고늘어짐.
결국 나머지 6명 전역지원서 못내게 설득하면
혼자 전역할 수 있게 허락해준다는 확답 들음.
“약속 꼭 지키셔야 합니다. 나중에 딴말 하시면 안 됩니다.
진짜 그러면 부장님께 크게 실망할 것 같습니다.” 했더니
부장이 “약속 지킬테니까 믿어 새꺄!”
그래서 다시 후배들을 꼬셨음.
그 후로도 함장을 비롯해서 여러사람들의
갖가지 공작이 있었지만 무사히 전역했음.
그중에서 제일 흔들렸던 건,
함장님이 처제 주시겠다고 했을 때랑,
전역 두달 남겨 놓고 을지문덕함 교육내신 나왔을 때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