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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30 19: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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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엄마 생각을 끔찍이 하시는 분이라
70년대 말에 이미 세탁기, 냉장고 같은 게 다 있었음.
아버지 돌아가시고 대도시 살다가 시골로 이사를 갔는데,
국민학교 1학년 담임년이 가정환경 조사라는 걸 함.
나한테 질문을 하는데, ‘테레비 없지?’라고 물어봄.
애초에 없을 거라고 확신하고 물어본 거임.
있다니까 ‘있다고?’ 하더니 고개를 갸우뚱 함.
전기밥솥은 없지? 하길래 있다니까 또 갸우뚱 함.
냉장고는 없겠지? 하길래 있다니까 또 갸우뚱 하더니
세탁기도 있다고 그래라 하길래 있다니까
볼펜을 탁 놓더니 내일 엄마 모시고 오라 함.
영문도 모르고 불려 온 엄마한테
내가 거짓말을 밥먹듯 한다고 함.
(다시 생각해도 열받네 씨.발.년)
아버지도 없는 우리집에 그런 게 있다는 게 말이 되냐며...
열받은 엄마가 경숙이년 머리채 잡았을 때
무섭거나 걱정 보다는 정말 통쾌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