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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9 13:5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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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을 책으로만 공부하면 저렇게 흑화하기도 합니다. 경제학 교수 중에서 식민지 근대화론이나 박정희 업적에 대해 긍정하는 교수들이 꽤 많습니다.
물론 경제학 특유의 논법, 양면성을 모두 봐야한다는 식으로 얼버무리긴 한데, 그저 궤변입니다. 역사적 사건을 평가하는데 경제학의 방법론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식민지 근대화론의 경우, 참고할 수 있는 사료만 참고할 경우, 당연히 경제발전이 일어난 것으로 분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강력한 증거들이 많아서 어정쩡한 논리를 갖고 갔다가 개털되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맥락상으로 본다면 이런 분석이 말도 안된다는 걸 알 수 있죠.
경제발전의 의미를 '인권과 자유의 신장'으로 돌려본다면 일제강점기를 경제발전이라는 관점은 부정할 수 있습니다. 이건 우리 독립운동사를 통틀어 비판할 수 있겠죠. 반면 '경제성장' 즉 양적인 면에서의 성장에서는 의견이 나뉘어 질 수 있습니다. 통계상으로는 분명 성장하는 면이 있으니 말이죠.
다만 이 쪽도 비판적인 연구를 보완하면서 부정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경제성장은 '자발적인 교환'에서 출발합니다. 그런데 식민지과 본국간의 교역이 자발적인 교환은 아니죠. 여러가지 역학관계를 통해 유추한다면, 역시 어딘가에서는 '수탈'이 일어나기 마련이고 이는 양적인 성장 면도 애매한 평가를 내릴 수 밖에 없게 하지요. 즉 본국의 이익을 위해 식민지를 부흥시킨다는, 식민지 수혜론은 '시장경제' 및 '자유무역'의 관점 하에서 비판할 수 있습니다. 아직 가시적인 연구는 부족하지만요..
추가로 약간 근본적인 비판이긴 한데, 일제의 관료주의는 식민지에서도 여전했습니다. 즉 통계자료조차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위력을 발휘해서 민족 자산을 '갈취'하는 경우가 한 두건도 아니며, 이 경우에는 장부상에는 '거래'로 기재할 가능성은 높지요. GDP는 올라가지만 GNP는 떨어지는 그런 의미.
게다가 식민지 물산의 생산량이 줄어든다면, 관련자 문책에 이은 내리갈굼... 일본인 식민지관리인 입장에서도 통계조작의 유혹은 충분할 겁니다. 증거들만 몇개있다면 '독수독과의 원칙'에 따라 대체로의 논거는 부정할 수 있습니다. 즉,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인용하는 사료가, 일본서기급의 소설일 가능성조차 있다는 거죠. 비교-대조할 사료가 없다면 일단은 의심해야 할 겁니다.
다만 경제학 전공하고 무려 교수라는 직함을 달고 있다보면 이러한 관점보다는, '계량경제학'에서의 방법론을 들고 통계자료를 분석하여 해석하는 걸 선호할 겁니다. 근데 그때도 통계자료는 주의하라고 배우진 않았남...? 하긴 몇십년 동안 통계자료를 만지작거리다보면 뭔가 경외로움을 느끼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어둠의 지식에 빠져들기 마련이겠죠. 즉 경제학계의 중2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