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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2 09:5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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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 자체의 합리성이나 당위성을 떠나서 세월호 유가족 분들께서 저렇게 요청하시는 이유는 지금 이루어진 게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교실에 아이들 자리까지 없어지면 정말 마지막 흔적까지 지워지고 이대로 묻혀 버리는 게 아닐까 두렵기 때문일 겁니다.
게다가 단원고 피해자 중에서 아직 시신조차 찾지 못한 미수습자가 학생 네 명, 선생님 두 분, 이렇게 여섯 명이나 있습니다. 오늘이 525일째인데, 죄없는 열 일곱 살 학생들과 학생들 구하러 들어가셨던 선생님들이 일 년 반이 지나도록 시신조차 못 찾고 장례도 못 치렀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 상황이 얼마나 엉망으로 굴러가고 있는지를 얘기해주는 겁니다. 사정이 이러니까 가족분들 입장에서는 제발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학교에서만이라도 마음 쓰고 있다는 제스처를 보여주기를 바라시는 거구요. 그리고 참사 당시에 학교 전체가, 나아가 전국민이 마음을 모아서 학생들이 돌아오기를 기원했던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부모님들께는 정말 커다란 위안이 되고 힘이 됩니다.
세월호를 둘러싼 이런 "논란"에 의견을 내시는 분들 중 대부분이 유가족들이 자식을 잃었고, 고통스럽고, 왜 죽었는지 모르고, 안 밝혀질 것 같고,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두렵고 막막하고, 저녁이 되면 애들이 돌아올 것 같고, 가슴 찢어지게 보고 싶고 - 이런 여러 가지 감정적인 괴로움을 평생 안고 사셔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시는 것 같습니다. 자식의 죽음 앞에 합리를 외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근본적으로 가족분들이 원하시는 것은 "그 고통에 공감한다"는 표현입니다. 그리고 희생 학생들이 다니던 학교이고 사실상 단원고등학교 자체가 이 참사의 최대 피해자이니만큼 학교에서 어떤 식으로든 "우리도 함께 아프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애도한다"는 표현을 해 주실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