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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6 01: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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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먼저 이 글을 써주신것에 감사드려요... 제가 잊고 있었던 제 아빠와의 추억들 떠올릴수있던 계기가 되었어요.
저는 타국으로 건너가 11살때부터 지금까지 쭉 부모님과 떨어져살았어요.
너무 어린나이에 홀로 독립적으로 자라서인지 부모님에 대한 애착이나 추억들도 다 잊고살았나봐요. 아마도 제가 갓난애일때부터 부모님 두분다 맞벌이셨기때문에 떠올릴 많은 추억들이나 기억들이 없더라구요... 지금의 저는 무뚝뚝, 무심하게 연락도 한번 할까말까하는 딸입니다만, 이 글을 읽기전엔 딱히 신경쓰지않았지요..
단순히 기억하는 제 아빠의 모습은 여기 댓글들대로 가부장적에 고집쎄시고.. 욱하고 신경질 다분하시고.. 하지만 댓글들 읽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저희 아빠는 그래도 가정적이셨어요. 오히려 엄마보다 더요.. 저한테 집착도 많으셨고.. 기대도 항상 크셨고.. 나름 노력하신것들도 기억나요.
추운겨울 밤늦게 학원끝나면 차에 히터 빵빵히 틀어놓고 기다려주신 기억, 추울까봐 제 한손에 따뜻한 두유한병과 다른한손엔 따뜻한 군밤봉지를 쥐어주신 기억, 엄마가 집에 늦게들어오면 같이 퍼즐놀이하고 액자에 이쁘게 껴서 자랑스럽게 거실에 걸어주신 기억, 가족끼리 거실에서 주말영화보다가 의도치않게 키스신이 나오면 온몸을바쳐 제 눈을 가리시려고 아등바등하신 기억, 외식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면 꼭 요거트 아이스크림 사주시던 기억, 감기몸살걸려 아플때 옷 다 벗겨서 온몸을 손수 수건으로 땀닦아주시던 기억, 유리천장이 깨져 제 온몸에 박혀 피투성이가 됬을때 바로 들쳐업고 응급실까지 헐레벌떡 뛰어가신 기억, 겨울에 티비에나온 스키광고보다가 갑자기 삘꽂혀서 저랑 단둘이 스키장으로 당일치기로 떠난 기억, 서툴지만 딸한테 아침차려줘보겠다고 밥도 태우시고 계란후라이도 태우시고 모든게 엉망이었지만 고마운 기억, 결국엔 노력해서 엄마한테 참치김치찌개 만드는법 배워서 저한테 김치볶음밥과 김치찌개 만들어주신 기억, 쇼파에서 잠들기만하면 깰까봐 조심스럽게 어깨에 들쳐메고 침대로 데려다 주신 기억, 1시간 거리에 있는 강남에 학원보내시겠다고 매일 아침저녁 데려다주시고 데리러오셨던 기억, 건강에 혹시라도 나쁠까봐 제 방 청소까지 손수 바닥까지 다 닦아주신 기억, 아침마다 저 깨워주러 오실때 녹즙들고 오신 기억, 같이 식사하면 제가 좋아하는 반찬들 꼭 제앞으로 밀어주시고 아빠가 먹을 고기한점 더 저한테 덜어주신 기억, 가족끼리 쇼핑가면 주부처럼 하나하나 둘러보시면서 마지막엔 제가 원하는거 하나씩 사주신 기억, 가끔씩 서프라이즈로 제 취향저격 옷들 사오신 기억, 몸이 허할까봐 계절때마다 보양식먹이겠다고 장어즙, 장어구이, 홍삼액, 별거별거 먹이신 기억, 아빠의 어릴적 힘든기억들 제 앞에 꺼내놓으시면서 눈물 뚝뚝 흘리신 기억...
그리고 제가 대학새내기일때 힘들어서, 살고싶지않다고 말하면서 자살기도까지 할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빠가 사랑한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절 너무 사랑하신다면서, 그래서 넌 살 이유가 있다고.. 사랑받고 있으니까.
쓰다보니 아빠와의 기억들이 참 많네요;; 아마 제가 잊고있는 추억들도 많을꺼에요.. 전 이 글을 읽기전까지 이 추억들 떠올리지도 못했고, 해야될 이유도 없었어요.. 다른 댓글들 아버지들에 저희아버지를 비추어보며 감사하게됩니다... 어릴적을 아빠와의 추억들을 떠올리며 아빠에대한 존경심을 되찾았습니다.
아빠께 감사드립니다.
그립네요.. 오늘 안부전화라도 한번 드려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