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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4 17: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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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고님,
빨고님의 군대 생활 글이 아니라 빨고님의 들려준 근년과 현재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건네면, 이 커뮤니티 규칙을 깨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건네고 싶은 말이 있어 일단 이야기 건넵니다.
한나라당 시절 군생활을 하셨다 하니 제가 나이가 좀 더 많긴 하지만, 타인에게 인생에 대한 조언을 건넬만큼 지혜롭거나 분별력 있는 사람은 못됩니다. 부탁받지 않은 조언을 건네는 것이 교만이나 오지랖으로 여겨지지 않길 바랍니다. 단지 빨고님의 상황에 대한 감정이입이 되어 지나치지 못하는 걸로 여겨주세요. 제가 건네는 말을 그저 응원하는 한 사람의 의견 정도로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군생활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빨고님은 상황 판단력이 좋으며, 관계지향적인 성향을 가진 분이라 생각됩니다. 주변 사람과의 좋은 관계에서 보람과 만족감, 즐거움을 크게 얻는 반면, 관계가 나쁠 때 상처나 고통을 많이 받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이를 개선하고 싶어하며 그럴 수 없을 때는 상황을 악화시키기 보다는 묵묵히 견디는 쪽으로 보입니다.
빨고님이 결혼생활에서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면서도, 별거와 자녀와의 만남 단절이란 상황에 직면하였을 때, 또한 어머니에 대한 아내의 태도를 보면서, 마음의 고통이 너무나 클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이런 상황에서 힘들어하겠지만, 특히 관계지향적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는 두배, 세배 큰 상처이고 아픔이 되지요.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떠나고, 아내가 자녀를 보지 못하게 막고, 아내가 이혼요구를 하고, 아내가 어머니에게 무례한 태도를 보인다 하더라도, 빨고님은 아침부터 밤까지 정신없이 바쁘게 사는 가운데서도, 어머니를 보기에도 면목없어 찾아뵙지 못하게 되고, 친구, 지인들과도 시간이 없기도 하지만 심리적으로 움츠려 들어 잘 만나지 않고 자기도 모르게 고립되어 갈 듯 합니다. 오유라는 커뮤니티에서 온라인 댓글을 읽고 눈물을 흘리고 힘을 얻는 것도 어쩌면 마음의 상처와 외로움이 매우 큰 시기라 더욱 그러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빨고님이 나의 직장 후배나 군시절 후임 또는 사촌동생이라 생각하며, 제 의견을 조심스럽게 말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