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3
2020-01-23 21:21:01
0
그의 유서..
지난 십여 년에 걸쳐 동시대인들의 죽음을 점차 강하게 의식하게 됩니다. 나의 세대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매 죽음 앞에 나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듯한 단절감을 느낍니다. 우리가 떠나면 우리 같은 이들은 다시 존재하지 않겠죠. 그 누구와도 꼭 같은 이들은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요. 결코. 사람이 죽으면 그 누구로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채워질 수 없는 구멍을 남기고 그들은 떠나고, 그것은 유전적이고 신경적인 운명이기에. 하나의 독특한 개인으로 살아남아 각자의 길을 걷고, 각자의 생을 살며, 각자의 죽음을 맞이하는 모든 이들의 운명이기에.
두렵지 않은 척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나를 지배하는 심정은 고마움에 가깝습니다. 나는 사랑했고 사랑받았습니다. 많이 받았고 얼마간은 되돌려 주었습니다. 읽었고 여행했고 생각했으며 글을 썼습니다. 세상과 관계를 맺어나갔고, 작가와 독자와의 특별한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무엇보다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나는, 느끼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서 살아 왔으며 이는, 그 자체로 크나큰 특권이자 모험이었습니다.
도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 무신론자인 올리버 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