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당장 내 부모님도 말만 하면 조선 X들은 다 맞아야 해, 조선 X들은 이래서 안 돼, 초가집이나 한옥 같은 거 다 없애버린 박정희가 잘 했어... 라고 하십니다. 우리 윗세대들은 가장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시기에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자국 역사나 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별로 없어요.
거 참, 미국에서 수입해 온 이념인 정치적 올바름 따위에 왜들 그리 집착을 하는 건지.... 정작 지금 미국인들 스스로도 정치적 올바름에 질렸다며 진저리를 내는 판국인데 말이죠. 하긴 성리학의 발상지인 중국보다 더 성리학에 충실하게 살았던 사람들이 바로 조선인들이었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게 참 한심한 일인데 말이죠.
본문에서는 육체 노동을 하고 폐쇄적인 생활을 하던 일본인 이민자들이 패전 소식을 몰라서 저런 소동을 벌였다고 했지만, 글쎄요.... 아무리 농장에서 자기들끼리 폐쇄적인 생활을 한다고 해도, 그 농작물을 사러 오는 외부인들한테 이런 저런 바깥 소식 정도는 들을 텐데, 과연 그들이 일본의 패전 사실을 몰라서 저랬을까요? 사실은 그들도 알았지만, 미국한테 질 수 없다는 일종의 자존심과 오기 때문에 일부러 저런 게 아닐지요....
가정이 초토화되어 가족 간의 유대감마저 사라진, 그야말로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원자처럼 뿔뿔이 흩어진 사회가 되어야 국민들이 단합해서 권력자들한테 맞서지 못하죠. 비슷한 예로 1980년대 영국의 대처 총리가 오직 개인만 있을 뿐, 사회 구성원의 연대 같은 건 없다고 말한 적도 있거든요. 아마 김기춘도 그런 경우를 보고 배워서 지금 한국에 써먹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
기미 독립 선언서를 쓴 최남선과 이광수는 1980년대 한국 대학가에서 반미 사회주의 운동권으로 활동하다가 1991년 소련과 동구권이 무너지면서 충격을 받고 자신들이 공격했던 미국과 자본주의에 백기투항한 뉴라이트들과 같은 부류입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뉴라이트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1980년대 한국 대학가에서 반미 사회주의 운동권으로 활동하며 남긴 글들이 높이 평가받습니까? 아니죠.
참고로 최남선은 1940년 만주로 가서는 조선 독립군들한테 "그런 쓸데없는 짓 그만두고, 일본에 항복하라!"고 말했죠. 그는 기미 독립 선언서에서 과거의 유물이라고 폄하했던 “이민족의 침략과 강압”에 무릎을 꿇었고, “위력의 시대”를 칭송하며 과거 자신들이 노래했던 “도의의 시대”를 완전히 부정해버렸던 것입니다. 이것도 악의적인 편집이라고 할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