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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5 02: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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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운동 당시에 뿌려진 독립 선언서가 저 기미독립선언서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기미 독립 선언서와 정 반대의 내용을 가진 독립 선언서도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충무 독립 선언서입니다.
"일본은 자칭 우두머리로 동양(동아시아 - 옮긴이)의 평화를 담당하였다...일본은 스스로 법으로 다스리는 나라, 문명적인 사회임을 장담한다...그러나 그들이 나라를 빼앗은 뒤 10년인 오늘, 우리는 과연 어떠한가.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사는가? 그들은 겉으로는 문명화를 이야기하고, 동양 평화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즐비한 기와집에 전등불, 기차 소리, 마차 소리, 대포 소리, 말굽 소리를 이야기한다. 도시의 거리거리가 넓어졌고, 아름다운 정원에 봄꽃이 향기로워졌으며, 하늘과 국토는 더욱 밝아지고, 산해진미가 풍부해졌다고도 한다.
과연 그렇다. 그러나 보라! 그 화려함이 모두 누구의 것이며, 그 크고 아름다운 건물들이 과연 누구의 것인가? 봄가을에 나는 곡식과 과일이 모두 그들의 것이며, 강산을 횡단하는 기차 바퀴와 동해에 정박한 커다란 함선은 이 나라 부와 풍요함을 실어 가는 약탈의 도구요, 문명의 소리는 우리 동포들의 목숨이 잘리고 피와 기름이 짜이는 원통한 비명이다.
보라! 그들이 말하는 화려한 골목의 뒤편과 산 언덕배기를! 거기는 굶어서 얼굴 부은 형제와 헐벗어 사지를 못 쓰는 동포가 뒤끓고 있다. 법치를 운운하는 그들은 펜 끝 하나로 동포를 죽이니 형장마다 쓰러진 목숨의 파편이 뒹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곧 법치요, 문명이다. ...
패자, 약자, 떠돌이, 고향을 잃어버린 자, 조국에서 쫓겨난 자, 국경 없는 유랑자가 우리의 별명이요, 오대양 육대주 사람 사는 거리거리, 가는 곳마다 발 구르는 소리요 피눈물이었다. 엄청난 형벌을 받아야만 하는 죄가 나라 없는 죄요, 뼈저린 설움이 나라 잃은 설움이어라. 파란 옥 같은 조국의 하늘, 기름진 이 강산을 두고 갈 곳이 어디인가? 제 어깨로 제 몸뚱이를 지탱하지 못할 지니, 형제여 짐승으로 살려 하는가? 나라 없는 개가 되랴?
이 피 맺힌 목청으로 조국의 서울에서 함성이 솟았다. 삼천리에는 전 민족의 함성과 발등마다 핏물이 흐르는 세기의 행진곡이 시작되었다. 동포여 큰 길거리로 나오라! 눈 먼 자여, 귀 먹은 자여, 입 있는 벙어리여, 굶주린 내 동지여! 삼천리 내 땅, 내 거리, 내 형제, 내 누이, 원통하게 죽은 넋들이여 모두 나오려무나!"
- <충무 독립 선언서> (지은이 모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