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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2 09:2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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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태어나
내가 꽃인지 몰랐다.
저마다 몰려드는 나비들이
내게만 찾아오지 않아
내가 꽃인 줄 몰랐다.
내가 딛는 땅은 척박하고
내 봉우리는 너무나도 연약하다.
이대로 잠들어 버릴까.
귀뚜라미 우는 밤, 나도 같이 울었다.
꽃으로 태어난 그대
거울을 보라,
그곳엔 아주 작은 원숭이 한마리가 있을 것이다.
그대, 여기까지 잘 버텨 주었다.
그대를 힘든 것은 죄가 아니다.
주저 앉고 싶은 것은 죄가 아니다.
다만, 그대도 꽃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오롯이 혼자 지새우는 밤에
그대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자신의 체취는 스스로 맡지 못한다.
당신의 향기를 따라 멀리서 찾아오는 나비를 위해
오늘 하루도 버텨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