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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4 21: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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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저랑 비슷한 시기에 다녀 오셨네요.
아무튼, 인도하니 가장 떠 오르는 사건이 있습니다. 우울함 주의
당시 개인적 이유로 일본전용 게스트 하우스에 장기 숙박 하게되었습니다. 뿌리라는 바닷가 동네인데 가난한 어촌 마을과 황량한 해변, 그리고 파리때가 점심을 위협하는 그런 분위기의 동네 였습니다. 인도를 여행하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여행'지로는 매력이 없는 그런 한가한 동네에서 약 2달정도 한 게스트 하우스에 머물렀습니다.
게스트하우스의 손님은 저 빼고 모두 일본인으로 구성되었죠. 당현히 게스트하우스의 안주인이 일본일기도 했고, 스탭들이 일본어를 꾀나 잘 했거든요. 저 역시 장기 투숙객중 하나였기 때문에 가격에 비해서 매우 좋은 방을 독차지하고 일본얘들하고 저녁에 술한잔 마시면서 여행이야기 나누는걸 좋아했습니다.
당시 워낙 인프라가 없기도하고 가족? 같은 분위기의 게스트하우스 이기도 하기때문인지 아침식사와 저녁시사를 제공했습니다. 아침은 자고 있을때 문을열고 탈리(식판)에 제법 그럴듯하게 차려 주었구요, 저녁은 오후 이른시간까지 자기 이름이 적혀있는 노트에 5가지 메뉴중 하나 선택해서 적어 놓으면 되었습니다. 그럼 저녁 식사시간때 식당에 가면 미리 주문한 음식이 나왔죠. 저는 주로 볶음밥과 인도식 커리를 많이 먹었습니다. 이런 공간에 생활해 보시면 알겠지만 알게 모르게 자신의 자리가 정해지게 되거든요. 처음 한두번 같은 자리에 앉다가 보면 모두가 그 자리는 누구 자리다 이런식으로 말이죠. 제 자리 옆에는 당시 중년으로 보이던 일본남자가 매일 앉았습니다.
그는 저보다 유일하게 장기로 투숙한 손님이었고, 제가 오기전부터 그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사람옆에 제가 끼어 들었다는게 맞는 표인이겠죠. 아무튼 당시 '바람의 검객 켄신'에 진짜 푹빠져 있을때라 어디서 구했는지 납짝한 자기로 만든 술잔을 주머니에 넣고 다녔습니다. 저녁을 먹을 때는 인도식 싸구려 위스키병을 들고가서 주변에 한두잔 권하면서 마시곤 했습니다. 물론 제 옆에 장기투숙객에게도 권했지만 약 한달간 단 한잔도 받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다른 사람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 의무적으로 물어보는 투이기도 했으니까 말이죠. 아무튼 그 남자는 예 아니오 말고는 거의 말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인도의 수행자들이 주로 입는 오렌지색 옷을 매일 입었기 때문에 뭔가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죠.
거기에 더해서 항상 볶음밥을 먹었기 때문에 테이블의 그 자리에는 이미 볶음밥이 셋팅되어진 상태로 그 남자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조금 늦으면 일본 친구들이 ' 볶음밥'식을 텐데 오늘은 많이 늦네라며 수근거리도 했지만 말입니다.
사건이 있던날입니다.
그 남자가 주문했던 볶음밥이 나왔고, 사람은 오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상하네 한번도 빠진 날이 없는데 오늘은 그 남자에게도 뭔가 있는 날인가 하며, 싸구려 위스키를 돌아가면서 홀짝 였죠. 시간이 흘러 직원이 차갑게 식은 볶음밥을 치우고 자리를 정리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우리는 놀라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의 이야기로 그 남자의 사체가 해변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이였죠. 경찰은 밧줄로 목을메 자살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남자가 게스트하우스를 나가기 전에 한달치 방값을 찾으러 은행에 간다고 주인에게 이야기 하고 갔거든요. 우리는 모두 인도사람들이 돈을 노리고 살해한후에 자살로 위장했다고 믿었습니다. 이후 일본 영사관이 찾아오고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했습니다. 그때도 그렇지만 일본 대사관쪽에서 그런 시골까지 굉장히 빨리 찾아 오더군요. 살짝 부러웠지만 아무튼...
결정적인 단서가 발견되었습니다. 밧줄인데 일본에서만 판매되는 종류라고 하더라구요. 그 남자는 일본을 떠날때 부터 준비해온 밧줄이었던 것이 였죠.그래서 현지인 살해음모론은 사라지고 '추모'분위기로 돌아섰습니다. 일본 영사는 그남의 와이프 - 네 결혼했더라구요 - 부모들에게 차례로 연락해서 시신의 처리 방법을 물었습니다. 그런데 와이프도 거절하고 심지어 그 남자의 부모까지 시신의 수령을 거절 했습니다. '알아서 잘 처리'해 달라고 영사에게 부탁한다고 말이죠.
수사가 종결되고, 영사의 집도하에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찬조한 나무를 쌓아서 바닷가에서 화장했습니다. 그는 참석을 거부했죠. 뭐랄까 깊이 이야기를 나눈 관계는 아니지만 매일 옆에서 식사를 하고 얼굴 보며 지내던 사람이 그렇게 갔다는게 스스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나 봅니다. 그리고 일본에서 무슨일이 도데체 어떤 일이 일어나야지 부모와 처자식의 버림을 받을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로 옆에 있던 사람이 불에타 허무하게 생을 마감하는 그 장면이 너무나 싫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참석한 친구들의 말로는 해변에서 화장하는 건 불법이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일을 진행했다고 하더라구요. 그 오렌지색 수행복을 입던 중년의 일본 남자는 그렇게 벵골만의 검은 바닷속으로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