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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30 13: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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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어 표기법은 외래어의 실제 발음 표기와는 그 맥을 달리 합니다.
왜냐하면 외래어 표기법은 원어민이 아닌 철저한 한글 사용자를 위한 규칙이기 때문입니다.
즉, 외래어 표기법의 목적은 단어의 본래 발음을 정확히 하는 게 아닙니다.
외래어 표기법은 외래어의 표기를 일정한 기준으로 표준화하여 외래어 표기의 난립으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바람직한 표기란
[글쓴이 1 → 문자 → 읽는이 1], [글쓴이 1 → 문자 → 읽는이 2], [글쓴이 2 → 문자 → 읽는이 1] ... [글쓴이 n → 문자 → 읽는이 n]
이 모든 상황에서 동일한 전달력을 갖아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 발음이란 게 듣는 사람도 제각각이고 이걸 사용하는 본토인들의 발음 역시 제각각입니다.
또한 외국어 교육을 받은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외래어 표기를 실제 발음 위주로 하게 되면,
가령, 과일의 일종인 "Orange"를 예로 든다면
누군가는 이를 "아린지"로 표기할 수도 있고, 나아가 어린지, 아륀지, 오렌지, 오렌쥐 등 다양한 표기가 난립하게 됩니다.
물론 "Orange" 아주 기초적인 영단어로서 의무교육을 받은 누구나 아는 단어기 때문에 오렌지로 쓰든 아린지로 쓰든 결국 문맥을 통한 이해가 즉시 이루어 지겠지만, 만일 이것에 좀 더 고급 단어였다면? 그리고 대부분에게 생소한 제3의 언어라면?
이게 왜 문제가 되냐 하면, 동일한 한글 문화권이라 하더라도 지역(전통적인 지리적 기준이든, 인터넷 커뮤니티든)에 따라 편차는 있게 마련인데 이 편차에 따라 한글이지만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일종의 규칙을 정한 겁니다.
외래어의 발음에 유사하면서도 누구나 동일한 표기를 할 수 있는 기준, 즉 외래어의 "발음기호"에 우리 글의 자모음을 대응시키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누구나 자신의 귀와 발음을 의심하지 않고도 외래어의 발음기호만 알면 서로 공통된 표기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아주 편리하죠.
물론 외래어의 발음기호에 따른 실제 발음과 우리 글의 자모음이 1:1로 정확하게 매칭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올바른 표기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발음, 그리고 실제 현실과 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외래어 표기에 관한 큰 원칙 즉, "한글을 사용하는 사람 누구나 동일한 표기를 할 수 있게 하자"를 흔드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게다가 사실, 이 "괴리감" 또한 그 근원을 따져보면 애초에 우리가 우리글의 규칙을 등한시한 채 쓰다가 그게 굳어진 경우가 많죠.
우리가 언제 EBS 영어 강좌 시청하듯이 한글 맞춤법과 외래어 표기법 공부해 본 적 있었나요? 학교에서도 가나다 알고, 대충 읽고 쓰기가 가능하면 그냥 넘어가곤 했지.
이런 무지에서 오는 괴리감과 정말로 현실과 동떨어진 무리한 적용에서 오는 괴리감은 일차로 걸러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