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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7 08:4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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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엄청난 실력의 친구를 보고 미술을 그만둔 입장에서 ㅎㅎ 안타깝기는 하지만, 현대미술에서 이미 작가의 개념은 고전적 의미의 엄청난 미적 재능과 기술을 가진 사람이라는 개념을 지워버린지 오래다. 잭슨폴록이 흩뿌린 물감과 페인트공이 뿌린 페인트의 차이는 아마 의도와 컨셉 정도 아닐까? 우리집 변기와 뒤상의 사인이 들어간 변기의 차이도 변기가 놓여진 위치와 용도 정도의 차이 아닐까? 앤디워홀은 붓한번 제대로 들어 칠한 사람이 아니다. 인쇄소에 공장에 맡겨 뽑은 생산물일 뿐. 그래서 공방이름도 '팩토리'였다. 컨셉을 제공했다는 조영남은 관행이라고 변명하기보다는 현대미술의 개념을 들먹이는 편이 나았을 수도 있겠다.
이 사건의 문제가 있다면, 장당 10만원 페이에 담긴 갑질, 자기 작품의 생산방식을 의도적으로 숨기고 속였느냐의 문제 정도가 아닐까?
예술생산과 소비의 문제가 아니라 법적인 문제로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싶다.
현대미술이 미적가치의 재생산에 관여하고 있는지, 부자들의 인테리어 취향에 관여하고 있는지, 그럴듯한 재산축적 수단에 관여하고 있는지는
이렇게 저렇게 생각할 것이 많은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