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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6 09: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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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전과목 통틀어서 전부 4문제만의 오답을 내어 아마도 전교석차 1등(당시 전교석차는 안알려줬어요…)의 기염을 토했던 국민학교 5학년 중간고사. 그리고 그 후에 치러진 쪽지시험중에 있었던 일입니다.
어려서부터 비염을 앓고 있었던 저는 그날도 시험중에 코를 파다가 염증부위를 손톱으로 건드려서 피가 났는데. 그게 좀 많이나서 시험지가 코피로 엉망이됐어요. 코피를 흘리고 있는 저를 보고 황급히 달려온 담임선생님이 휴지를 코에 꼽아주며.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코피를 이렇게 쏟느냐며. 반 친구들을 향해 너희들도 저를 본받아라. 이러면서 양호실로 가겠느냐 하는데. “아뇨 괜찮아요. 시험문제 계속 풀게요.” 해서 아“아아! 실로 학생의 귀감이구나!” 라며 코피로 얼룩진 시험지 대신 새로운 시험지를 가져다 줬던 것입니다.
그때 저는 열심히 공부하기는 개뿔... 공부라고는 시험보기 전에 완전학습 문제집 한권 독파한게 전부였던 저라서. 그런 칭찬이 당황스러웠고. 좋은 성적을 내고 나면 코를 파다가 흘린 피도 열심히 공부한 흔적이 되는구나 싶었고. 그때 제가 코후비는 장면을 봤을 옆자리 친구는 나를 뭐라고 생각할까 싶고…
윤석열의 코피를보니까. 그때 생각이 나는군요.
열심히 일한 흔적은 보여야겠는데 어쩌지? 코라도 후벼서 코피를 내자. 그러면 언론이 알아서 좋게 포장해서 기사를 스겠지.
그런게 한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드는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