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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3 22:3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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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 휴일 감격
감격스러운 날이였다. 3주째 쉬지도 못하고 강제로 출근해야 했던
그 순간들을 접어두고 나는 드디어 휴일을 목전에 두고야 말았다.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지만 지난 3주간은 고통의 연속이였다.
삶이 힘들 정도로, 때로는 '이 지겨운 시간들이 언제 끝나기는 할까'
하며 신경질적으로 마른 세수를 하곤 했다. 오늘같은 날은
우리 가게 음식에 수상할정도로 진심인 저 손님들도, 가끔 그릇을 깨며
고해성사를 하루에 네번 쯤 하는 신입도 모두 사랑스러워 보인다.
그래. 오늘만 지나면 휴일이다.
"근데 조부장님"
"넴?"
"어제 사장님한테 이야기 못 들으셨나요?"
"넴. 뭘염?"
"주방실장님 내일 광주 내려가신다고 내일은 좀
나오셔야겠다고 하시던데요."
"갓 뎀. 장난치지마요. 홀리뻐킹 키딩. 댓츠 노."
그러나 홀 팀장의 표정은 진심이였다. 나는 직감적으로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타이슨이 내 눈앞에 나타나
뎀프시 롤을 날려도 피할 정도의 풋워크로 주방으로 달려갔다.
나는, 나는 뭘 위해 그동안 내 휴일을 희생하며 다른 이들의
휴일을 챙겨주었는가. 예수께서 가로되 왼뺨을 맞으면 오른뺨을
내밀라 하지 않았는가. 예수께서 하신 말씀을 지키며
살았을 뿐인데 신께서는 어찌 나에게 또 이런 시련을 내린단 말인가.
이럴거면 내가 진작에 조로아스터교 신자가 되고 말았지.
"과장님."
나는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아니
'아무것도 몰라야만 하는'표정으로 주방일을 하는
과장을 차분하게 불렀다. 그게 과연, 차분한 말투로
들렸을지는 모르지만. 그래 어디 그렇게 계속 이악물고
모른척 해라. 어디까지 모른척 하나 보자.
"예?"
마침내 올것이 왔다! 그러나 나는 결의에 찬
투사다. 나 역시 이 광주 귀향건을 물릴 생각이 없다.
라는 표정의 과장이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는 표정으로 날 돌아봤다.
"내일 광주 내려가신다는게 사실인가요?"
"아 예. 그렇게 됐어요. 내일은 좀 내려가 ㅂ"
나도 모르게, 난 그의 말을 신경질적으로 끊었다.
"한번만 더 물어볼게요. 진짜로 내일 갑니까? 광주?"
"예... 명절도 가깝고 벌초도 좀 해야하고..."
과장은 끝내 내 시선을 피했다. 그 역시 알고 있었다.
내가 3주를 쉬지 못했다는걸. 그런데 그는 끝까지 자신의
급작스러운 휴일을 챙기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었다.
성선설은 허구였다. 거짓이고 인간의 헛된 희망이였다.
나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미 항공우주국에서 한국까지
와서는, 내 정신을 납치해서 우주선에 태운 뒤 보이저호의
뒤를 따르는 관측선에 태워 보낸 기분이였다.
"한쿡에, 멘-털 아웃된 친구, 당신의 멘-털이 필료합니타"
어눌한 한국말로 내 정신을 납치해가는 미 항공우주국
직원의 백인미소와 지금의 상황이 오버랩되며 나는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우주가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보았다.
나는 그자리에서 거의 뒤로 넘어갔다.
홀 직원들이 눈을 까뒤집으며 천천히 뒤로 넘어가는 나를
받아주려 했지만 다마스의 총 무게에 10분에 1에 해당하는
내 몸무게를 지탱하기는 역부족이였다. 나와 그들은 만화처럼
포개져서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천장이 아른거렸다. 누군가 '사람이 쓰러졌다' 를 외치며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나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