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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2 20: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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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국민학교(초등학교는 6학년때 바뀐거)3학년때
아침마다 소년동아일보 한자를 50개씩 써서 제출하곤 했는데
한번은 그걸 안해갔어요.
선생이 저를 교탁 옆에 꿇어앉히게 한 다음에 다른 학생들하고는
노래를 부르거나 재미있는 놀이같은걸 하곤 했어요.
그런데 다른 애들이 그걸 안했을 때는 그냥 손바닥 두 번쯤 때리고
끝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고 왔는지 아닌지까지
검사해서 마음에 안들면 맞곤 했어요.
이십몇년전 기억인데 어떻게 기억하냐고 물으신다면요.
저는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엄마가 한번 선생님을 찾아가고 나서야 그 기이한 괴롭힘이 사라졌던
일도요. 마치 어제 일처럼 말이죠. 백일장을 한다고 해서 썼던 글이 당당하게
다른 백일장 수상자의 글에 그대로 배껴져 있던 적도 있어요.
물론 그 친구가 직접 제 글을 베끼지는 않았겠죠.
왜냐면 저는 그 친구하고 어떤 면식도 없었으니까요.
모르겠어요. 그땐 참 그런 시절이였구나 하면서 담담하긴 해도
조금 억울한 마음도 들긴 하네요.
아 그리고 저는 그때도 글을 참 잘 썼어요.
그 백일장 수상자보다도 말이죠.
그 수상받았던 바이올린 레슨 받던 친구는 어디서든 잘 살고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