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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0 09: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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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학교 바로 옆에는 담배피는 무서운 형들이 있고, 그 뒤로 옷에 물든 색 빼는 공장에서는
검은 연기와 허연 연기가 끊임없이 올라오던 시절, 지금처럼 학교 몇 미터 근처 혐오시설 금지
뭐 이런게 있을리는 만무했던 떄였다.
돌이켜보건대 그 선생은 참으로 특이했던 것 같다.
지금도 기억나는건... 그 시대의 기준으로 보면 결혼도 못한 30대 노처녀였는데 패션과 화장에 관심이 많고
아이들을 가르치는데는 영 소질이 없었다는 것 들이다.
외모는 정말 깔끔하고 예뻤다. 3학년이 올라가자마자 그 선생님을 보고 세상에 저렇게 예쁜 사람이 선생님을 하고 있나
하고 감탄했던 기억도 난다. 그런데 내가 말하려고 하는건 그 선생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선생은(나는 선생님이라고 하지 않는다. 선생질을 하는 인간이지.) 뚜렷한 이목구비와 남다른 패션센스에도 불구하고
성격은 정 반대로 괴랄했다.
아침에 등교하면 8시부터 8시 50분까지 자습이라는 명목아래 소년동아일보에 나와있는 한자를 50번 쓰게 하곤 했다.
이거야 뭐 그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도 있던거니까 그러려니 했던걸로 기억하는데 문제는 이 한자를 다 쓰지 못하면
가해지는 체벌이였다.
선생은 한자를 다 못 쓴 사람들을 앞으로 불러세워 머리를 손바닥으로 때리며 멍청한데 게으르다며 다른 반 애들이 보는 앞에서
'과업 미달성' 을 한 애들을 쥐어패곤 했다. 그리고 그 애들을 칠판 옆 시간표 있는데 세워놓고 나머지 애들한테는 수업진행도 하지
않은 채 노래를 부르거나 놀이를 하는 것으로 벌서는 애들에게 박탈감을 주고는 했다.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는 것은 내 앞에 와서 '옷도 꾀죄죄하게 입은게 게으르기까지 하네 니네 부모님도 그러니?' 하고 나머지 애들을
향해 날 비웃도록 했다. 재미있던 점은 이 부분이다. 똑같이 한자를 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 하나만 남겨뒀다는 점이 그러한데
희안하게도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던 어머니가 한 번 찾아가 긴 상담을 한 뒤로는 그런 일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한자를 쓰지 않아도 손바닥 두 대 때리는 정도로 끝나고, 청소검사에서 안좋은 소리를 들어도 그 때 뿐이였다.
그 전에는 선생이 퇴근할 때 까지 교무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어야 했는데 어머니가 다녀간 뒤로는 그 모든 일들이 싹 없어졌다는 것이다.
뭐... 잘 살고 있겠지 그양반도.
보소 선생님요. 당신이 내한테 말한것처럼 내 쓰레기 인간은 안됐심더.
쓰레기는 당신이지. 보통 사람은 자기 모습을 갖다가 다른 사람한테 투영한다대요.
아니 뭐. 그냥 그렇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