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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4 12: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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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가난한 집에서 자랐습니다.
쌀을 살 돈이 없어서 라면이나 수제비로만 끼니를 때우기도 했었고 집이 없어서 비닐하우스에서 살기도 했었습니다.
일이년에 한번씩은 이사를 가야했고 재혼하신 할머니댁에 얹혀살아보기도 했습니다.
집안의 가구들에 압류딱지가 붙어있는것도 보았습니다.
티비에서 나오는것처럼 그렇게 새빨갛지는 않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부모님은 최대한 시간을 내서 저랑 놀아주려 하셨고 주말에는 근처 항구로 가서 낚시라던가 같이 물놀이를 해주려 노력하셨습니다.
제가 자란곳은 바닷가마을이였거든요.
물론 제대로 갖춰진 도구들은 아니였지만 비스무리한거라도 체험해주게 하고 싶으셨던듯 합니다.
나름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가정이 아니였나하고 생각합니다.
작성자와 저의 차이는 아마도 다른 부모님이신것 같습니다.
작성자님의 부모님이 잘못되었다는건 아닙니다.
아마 글쓴이님의 부모님은 그분들께서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하셨겠지요.
가난한 집들이 대체로 그렇듯 저희부모님도 맞벌이부부셨습니다.
형제 자매가 없던 저는 늘상 혼자 노는것에 익숙해져야 했고 그래서 택한것이 도서관에 다니는 것이였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데는 돈이 들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제 취미는 본의아니게 독서가 되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지만 한번도 읽어보지 않은것과 한번이라도 읽어본것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가난한집은 부모님이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문화방식이 없다는것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게 아닙니다.
혼자서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몰라서 책을 읽던 시절에 저는 기본교양서나 예절서, 미술관련 책들을 꽤 많이 읽었습니다.
지금 당장 쓸 수는 없어도 언젠가는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으로 그저 머릿속에 집어넣었습니다.
그것들은 독립을 한 20살이 되어서야 쓸 수 있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실제로 해본것들이 아니다보니 어색하기는 했지만 많이 어긋나지는 않았고 몇번 반복되니 자연스레 익혀지게 되더라구요.
독립하고 돈을 벌기 시작하고 나서는 집에서 끼니를 부실하게 먹더라도 이곳저곳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서울은 차비만 있으면 갈 수 있는곳들이 많더라구요.
미술관이라던지 박물관이라던지 무료관람인데가 많아서 신기했습니다.
다행히 이런것들은 인맥을 쌓는데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습니가.
제게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은 어떤것이든 지금 당장은 쓸 수 없더라도 언젠가는 도움이 된다는뜻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어려운 상황에 있는 친구들이 본다면 본인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다양한 책을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없더라도 언젠간 도움이 될겁니다.
그리고 언젠가 찾아올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붙잡길 바랍니다.
아마 그리 큰 전환점은 아니겠지만 아주 작은 전환점이라도 잡고 잡다보면 예전과는 많이 다른 생활을 하고있을겁니다.
너무 절망속에만 빠져있지 말았으면 합니다.
언젠가 괜찮아질 날이 올겁니다.
이미 많이 힘내고 있으실 분들께 힘내라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저 당신은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사랑받고 있는 사람임을 잊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