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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5 14: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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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내가 재수하던 해 군대에 가서 죽었어.
오빠가 현충원에 묻히던 날, 오빠는 꿈에서 사관복을 멋지게 입고 보라색 눈을 맞으며 나한테 경례를 했어.
"오빠 가지 마. 내 연인으로 남아줘."
한 번도 하지 못했던 고백을 나는 꿈속에서 했어. 오빠는 고개를 끄덕였어.
“다른 사람한테는 비밀이야.”
오빠는 사실 죽은 게 아니라고 했고 나는 그렇게 믿었어.
오빠는 꿈속에서 우리 집을 자기 집 드나들 듯 아무 때나 맘대로 들어왔어. 군복을 벗지 못한 오빠는 쉰이 다 되어가는 나를 안아.
자기가 죽은 줄 몰라서 오빠는 큰언니랑 바람도 폈어. 내 꿈속에서 나도 안고, 언니도 안았어.
작은 조카가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해에 처음으로 현충원으로 오빠를 찾아갔는데, 비석에 오빠는 스물 한 살이라 쓰여있어.
오빠는 의지는 있지만 말이 없더라.
나 이제 오빠를 연인으로 생각하지 않아. 앞으론 휴가 나오지 마. 절대로.
그날 밤 오빠는 꿈속으로 나를 찾아왔어.
큰 스테디움을 메워 앉은, 하얀 잠자리 날개 옷을 입은 사람들과 함께 어디로 들 간다고 좋은 모양이야.
어린 조카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삼촌을 잘도 따라가.
나보다 어린 오빠가 이제 가네.
오빠가 가지 않을까 봐서 화를 냈지만, 오빠랑 절교선언은 했지만, 그래도 오빠 미워하지 않아. 괜찮아.
안녕.
*호리님의 "인생길에서 나보다 먼저 내리며 내게 준 그 사진"이란 표현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