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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6 12: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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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재신론이 싫으면서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받아들인척 했다는 것이 아니라...
범재신론은 신학자들이나 다루는 신학적 해석의 하나일뿐,
일반적인 교회에서 신앙의 대상으로서 믿는 신의 개념이 아니라는 거죠.
제우스, 토르 같은 다신교의 인격신들은 인간을 초월하여 자연을 통제하는 능력을 가지고는 있지만, 세상의 섭리 안에서 태어나고 죽고 서로 사랑하거나 싸우는 등, 진정한 의미로 초월한 존재는 아니었죠.
기독교의 신은 원래부터 유일한 절대자로서, 다신교의 신들과 달리 태어나거나 죽거나 하는 인간적 속성을 초월한 존재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하지만 기독교의 신이 범신론적 신은 아니었습니다.
말씀하신 '신이 세상에 관심이 없다'는 주장은 엄밀히 말하면 범신론이 아니라 이신론에 가까운 주장이죠.
이런 이신론적 주장과 범신론을 엄격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이유는, 인간적인 희로애락에 얽매이지 않는 '우주의 법칙 그 자체로서의 신'은 필연적으로 가치중립적이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중력이 악한 사람에겐 더 무겁게 작용하고 선한 사람에겐 더 가볍게 작용하는게 아니라는 거죠.
범재신론은 범신론에서 '자연을 넘어선 초월자로서의 신' 개념을 수용하면서 그런 문제를 피해가기 위해 만들어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연법칙은 신의 일부일뿐, 그것마저 초월하는 신의 '의지'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것이 세상을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어간다는 거죠.
하지만, 자연을 초월했다는 신의 '의지'는 결국 기존의 '인격신'으로 회귀하게 됩니다. 아무리 범재신론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기독교의 근간인 '야훼', '예수'라는 명확한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요.
기독교의 신은 인격적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일 뿐만 아니라 '사랑'이고, 구약의 묘사에 따르면 질투하는 신이며 분노를 나타내기도 하죠. 이런 성격들은 인격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범재신론은 만물로부터 신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현상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관념에 맞춰 선택적으로 파악하려 합니다.
예를들면 대자연을 아름답게 창조해 인간이 누릴수 있게 해준 신을 찬양한다거나, 어떤 우연한 행운에 대해 신에게 감사를 돌린다거나 하는 것들이 그렇습니다.
결국 범재신론은 신학자들 사이에서 종교철학 이론으로서 다루는 개념일 뿐, 신앙의 대상으로서 신은 인격신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물론, 종교인들 중에서도 만물을 포용하는 신은 편협한 존재가 아니기에 어떤 종교든 각자 신에게 도달하는 하나의 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종교간의 화합을 추구하는 흐름이 존재하고, 이는 범재신론과도 유관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이 기독교를 양분했다고 할만큼 뚜렷이 구분되는 움직임인가는 의문입니다.
끝으로.. 토론을 좋아하신다니 드리는 말씀인데,
저도 사실관계에 대해 잘못 파악한 부분이 있을수는 있겠습니다만 어떤 부분에서 '모순'을 보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논리적 모순을 발견하셨다면 무엇이 어떻게 모순되는지 지적해주시기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