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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7 21: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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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자본주의는 자유주의와 공리주의에 기반을 둔 사회 시스템이고, 개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 사회적 공리도 극대화 한다는 것이 고정경제학의 기본 골자이기도 합니다.
자유주의적 전통에서 재산은 개개인의 노동의 산물로서 개인에게 온전히 귀속되는 것이며 재산권은 침해되어서는 안될 개인의 근본적 권리의 하나로 봅니다.
그렇기에 세금과 복지에 반대하는 스탠스를 취하죠.
또한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과 개인간의 합의를 중시합니다. 계약 자유의 원칙을 따른다면 계약 당사자들은 각자의 이익을 추구해 적어도 손해를 보는 합의를 하지는 않을 것며, 양자가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호 호혜적인 거래와 계약이 사회 전반적인 이익을 증대시킨다고 봅니다.
그걸 경제학적으로 '파레토 효율성'이라고 하는데, 거래의 결과 누구에게도 손해를 주지 않으면서 각자의 이익을 극대화 시킨 것을 말합니다. '파레토 효율적'인 상태가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가장 정의로운' 상태이며, 파레토 효율성을 해치는, 자유시장주의에 반하는 정책은 덜 정의로운 것으로 취급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파레토 효율성은 형평성을 추구하지는 않죠. 각각의 계약이 이익의 분배를 일방적으로 하더라도 '자유로운 개인이 합의 했다면'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고용계약을 통해 노동자에게는 생존만을 위한 최저한의 임금이 지급되고 모든 이익을 고용주가 가져간다고 해도,
즉 노동자가 노예 노동을 강요당한 것만 아니라면, 입에 풀칠을 할 뿐 고용계약에서 어떤 이익을 얻지 못한다고 해도 공리주의적, 자본주의적, 자유주의적 관점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롤스는 기존의 공리주의를 비판하고, 무지의 장막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러한 계약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한 사람들의 복지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한 것입니다.
롤스의 정의론과 별개로 개인적인 견해를 말씀드리자면...
저는 어떤 소득도, 설령 순수한 노동의 산물처럼 보일지라도 그 개인에게 온전히 귀속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재산을 투자하고 고용을 할뿐 스스로 노동을 하지 않는 자본가는 물론이고, 일반적인 노동자들도, 님의 예시에서 등장한 축구선수도 그가 벌어들인 소득은 결코 온전히 그 자신만의 것이 될수 없다는 것입니다.
축구선수의 예시를 생각해보죠. 축구선수는 그 자신으로서는 어떤 생산물도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그저 공놀이를 할 뿐이죠. 그가 누리는 모든 부와 명성은 그를 보러오는 수많은 관중들로부터 나옵니다.
그가 얻는 소득은 관중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노력한 대가이기도 하지만, 거꾸로 말해 관중에게 의존하지 않으면 그러한 소득을 얻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선수들은 직접적으로도 더 많은 공적 자산을 이용합니다. 엄청난 공공 자본을 들여 경기장을 건설하고,
공공 자산인 방송통신망을 활용해 경기를 중계합니다.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선수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공적 자산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사회와 직간접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며,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사회적 자원들을 이용하며 살아갑니다.
더 많은 소득을 얻는 사람일수록 더 많은 사회적 자원을 사용합니다.
이를테면 고속도로를 놓는 것으로 가장 많은 혜택을 얻는 사람은 명절에 고속도로를 타고 고향을 방문하는 사람도 아니고, 트럭을 몰아 매일 고속도로를 달리는 운전기사도 아닙니다. 단 한번도 직접 고속도로를 달려본 적이 없을지언정 고속도로를 통한 물류로부터 가장 많은 이득을 보는 것은 기업을 소유하는 오너들이죠.
잘 정비된 교육제도를 통해 가장 큰 이득을 보는것은 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이 아니라, 고급 인력을 고용할 수 있게되는 고용주들입니다.
결국 님이 제시한 사례에서처럼 누군가의 순수한 경제적 능력을 계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제 입장입니다. 단순히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개인의 재산을 빼앗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고 사회적 자산을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에게서 정당한 대가를 받아 사회 구성원으로서 대우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