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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0 07:5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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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의시련/
저도 사변적인 논쟁은 별로 안좋아하는데요..
뭔 말씀을 하시려는 것인지 좀 난해하네요.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시면 분명하게 지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러나 인생의 깊이는 스스로 명상해서 찾으시던 하시고,
남의 인생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없으면서 깊이가 어쩌네 하시진 마시길 바래요.. 완전 꼰대..
1.가치판단-존재판단이 분리 불가능하다는 말씀에 대해:
제 논지에서 '존재 판단'이라는 개념은 사용하지 않았고,
님도 따로 정의하거나 부연하지 않으셔서 존재 판단이란게 명확히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따라서 가치판단과 존재판단이 분리 불가능하다는 님의 말씀에 대해선 맞다 틀리다 드릴 말씀이 없네요.
다만 '판단'이라는 것 자체가 주관이 있는 '존재'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이고, 당연히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현실세계의 '존재'가 어떤 '판단'을 내릴 때 가치관의 영향은 필연적이므로, '존재 판단'이 무엇이든 간에 가치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말하긴 어렵죠.
만약 이런 점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저도 동의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존재를 배제한 가치판단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존재라는 표현 때문에 의미가 와전된 것 같은데,
제가 '존재'라고 말하는 것은 실재하는 존재, 실존으로서의 개별자인 개개인에서 확장해 주관을 가지는 모든 존재로 일반화하고자 사용한 표현이지, 존재 여부를 판단하자는 사변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2.예시와 논의 자체에 내포된 자기모순적 한계에 대해:
자기모순적인 한계가 암시되어 있다고 주장하시는 근거가 명시되어 있지 않아서 무엇을 비판하고 싶으신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모순이라는 점은 인정하겠습니다.
아마도 제가 그런 예시를 사용한 이유를 오해하고 계신 것 같은데, 단순히 쾌락과 고통의 합산으로 가치판단을 내릴때 모순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점을 보이고자 든 예시이니 모순으로 보이는게 당연하다 생각합니다. 물론 논증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칠지만요.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에는 진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과는 무슨 관련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3. 칸트가 시도한 '주관과 객관을 구분하려는 논의'의 연장:
사실 저는 칸트 철학을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
난해할 정도로 엄밀하지만, 그런 엄격한 논리의 결과물이 별로 현실적이진 않으니까요..
말씀드렸지만 저도 사변적인 논쟁을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필요하다면 피하지는 않겠지만요.
어쨋든 그래서 제 주장이 칸트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신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제 주장은 딱히 칸트와는 관계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제 관점은 유아론에 더 가깝습니다. 누누히 말하지만 저도 사변적인 논쟁을 좋아하지는 않아서, 인식론까지 거슬라 올라가고 싶진 않습니다.
다만 피할 수 없는 사변적 주장을 굳이 하지면, 본문에서 이미 언급한 바 대로 '가치는 오롯이 주관의 존재로부터' 나온다고 봅니다.
바꿔 말해, '나'라고 라는 유일하게 실존하는 주관에 의해 가치판단이 이뤄집니다.
물론, 객관이라는게 완전히 없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님이 인용하신 흄의 '관념의 다발'이라는 걸 제가 알고 있는 다른 표현으로 말해본다면, '객관은 다수에 수렴하는 주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즉 결국 절대적인 객관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객관 또한 주관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따라서 주관이 완전히 배제된 세계에서 객관적 가치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겁니다. 비존재가 비교 불능이라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흄의 입장을 취하든 버클리의 유아론적 입장을 취하든,
당신의 스승이신 미사타스빈 님의 주장이 정당화 될 수 없다고 보는 이유는 그것이 미사타스빈 님 개인과 그에 동의 하는 일부의 주관 속에서는 비록 참일지 모르나,
그를 일반화하여 '삶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거나 '출산은 비윤리적이다' 같은 명제가 보편적이고 필연적인 당위라고 주장하는 것이, 타자의 주관을 침범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4.가치의 비교불능성에 대해:
분명히 해두자면, 저는 가치 중립이 어떤 방식으로도 비교가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가치가 언제나 비교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겁니다. 그 하나로서 비교불가능한 가치중립을 이야기 하는 겁니다.
삶은 매순간의 선택으로 이뤄져 있으며,
각개의 선택은 언제나 가치비교를 요구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가치 비교가 항상 일관적인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삶 속에서 우리의 선택은 모순으로 가득한 것으로 보입니다.
가치는 A<B<C 같은 식으로 정렬되는 일차원 척도가 아닙니다.
A와 B가 주어졌을 때는 A<B,
B와 C가 주어졌을 때는 B<C라는 가치판단을 하더라도
A와 C가 주어질때 A<C라는 판단이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것이 아니며, A>C라는 판단이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윤리적 딜레마와 가치판단은 주어진 상황맥락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고, 일률적이고 일차원적인 단순척도로의 비교는 불가능합니다. 가치를 일차원척도로 비교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회제도가 바로 자본주의이며, 자본주의가 비록 효율적이긴 하나 수많은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어쨋든, 개별적 상황과 입장에서, 삶보다 죽음이 더 낫다고 판단하거나,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편이 나았다고 가치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개별 존재의 주관을 배제하고, 가치의 다원성을 부정한채, 존재보다 비존재가 더 옳고 더 낫다고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