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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2 19: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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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음절에 1의미를 담고 있는 한자어 조어는 상당히 효율적인 언어체계입니다.
발음 하나에 한가지 의미가 담겨 있어 짧은 단어에 복합적이고 다양한 의미를 담을 수 있죠.
그런 특성이 가장 극적으로 나타나는 사례가 숫자입니다.
동양권이 수학 교육에서 상당한 강세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가 간결하고 합리적인 수체계죠.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한국인들은 4자리 숫자 정도는 얼핏 보고도 쉽게 외우고,
전화번호 8자리 정도(010빼고 뒷자리)는 웬만하면 그 자리에서 외울 수 있습니다. 자기 주민번호 13자리 정도는 항상 기억하고 다니죠.
반면에 서구권에선 숫자 암기는 그렇게 쉽지가 않습니다. 숫자를 언어로 표현했을때 한자문화권에 비해 음절이 훨씬 길어지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1999를 one thousand nine hundred ninety nine(원사우전드 나인 헌드레드 나인티나인) 또는 nineteen ninety nine(나인틴 나인티나인)으로
기억하는것 보다, 천구백구십구, 또는 일구구구라고 기억하는게 더 짧고 체계적이라는 거죠.
이건 숫자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꼭 정확한 한자를 모르더라도 관련성 높은 단어는 같은 음절을 포함해 쉽게 연상할 수 있습니다.
ex) 전쟁, 전사, 전차, 전함, 전시, 전투, 전략, 공성전, 내전, 세계대전
이런 조어법은 새로운 단어를 접했을 때 의미를 빠르고 쉽게 받아들이고 기억해 사용할 수 있는 단어의 영역을 크게 확장할수 있게 합니다.
물론 한국어에 존재하고 단어 조합에 흔히 사용하는 1음절 발음에 비해 담기는 의미가 더 많아 동음이의어가 많이 존재하고,
정확한 한자 구성을 모르고 단어를 처음 접할 경우 다른 의미로 오해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만,
이것은 꼭 한자말 만의 단점이라고 하기 어렵고, 한자말을 피하자고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아 죽은말이 되어버린 순우리말들을 발굴해
억지로 사용하면 오히려 더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 되어버리죠.
그러니 억지로 순우리말을 고집하는 것 보단, 한자말이든 영어든 우리말의 어휘를 풍부하게 하고 이해에 도움이 된다면 사용하는데 거리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