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43
2017-10-06 21:21:37
1
택수가 마우스를 새로 사야겠다고 생각한 건 그때쯤이었다.
아무리 5000원 짜리 싸구려 마우스라지만, 책상에 내려친 것만으로 저승행 특급열차를 탈 줄이야.
“김택수! 또 뭐야 도대체! 아유, 그냥 시끄러워서 하루도 살 수가 없어!”
택수의 어머니는 그가 머리칼을 쥐어뜯는 걸 보곤 몇 마디 하지 않고 문을 거세게 닫았다.
택수의 귀에는 어머니의 말 따위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망했다. 완전히 망해버렸다.
그게 택수가 느끼는 감정의 전부였다.
삭제하시겠습니까? 예.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어야만 했다.
그게 세상의 상식이고 지금껏 그가 수십, 수백 번 반복해온 일이었다.
왜 하필 오늘이란 말인가. 왜. 하필.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한 바로 이날!
그는 망가진 마우스와 오작동을 일으킨 웹하드 홈페이지 대신 여자친구인 지연에게 둘러댈 변명꺼리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호기심이었다. 사실 받은 건 그게 아닌데 중간에 끼어 있었다. 사실은 내가 누른 게 아니라 고양이가 누른 거다!
그 중에는 호기심에 받았다는 게 가장 먹힐 법 했다. 이미 제목부터 누가 봐도 택수의 성적 취향을 의심하기에 충분했고, 그는 고양이 따위 기르지 않는다.
당장 싸이트에서 탈퇴를 해버리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 쟁여놓은 캐쉬가 3만원을 넘어가지만 그게 무슨 대수랴. 그러나 마우스가 없다. 스마트폰으로 접속해서 탈퇴든 비밀번호 교체든 진행하면 된다는 아주 훌륭한 방법이 있었지만 그것도 여유가 있을 때나 떠올릴 수 있는 거다.
그래도 지연이가 즐겨보는 드라마가 하는 날까지는 이틀 정도 남았다. 퇴근하는 길에 마우스를 사서 돌아오면 충분히 탈퇴든 삭제든 진행할 수 있을 터였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택수는 조금 여유를 찾았다. 크게 한숨을 내쉰 그의 눈에 모니터가 점멸하는 모습이 비쳤다.
- 다른 곳에서 접속하여 현재 접속을 해제합니다.
택수는 말없이 입을 쩌억 벌렸다. 이 아이디를 알려준 건 지연뿐. 그렇다는 건 지금 어디선가 지연이 웹하드에 접속했다는 소리다.
그러나 받은 파일 목록을 들여다 볼 일은 없을 것이다. 아마 그 메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달각달각달각-]
모니터 받침대에 올려둔 휴대전화가 떨리며 주변을 시끄럽게 두들겨댔다.
발신인. 겅듀님♡.
택수의 눈앞이 깜깜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