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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7 10: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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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이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말했냐 안했냐, 이런 물음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오해하실 수도 있어 보입니다. 그 목적이 사실을 알리는 것이라면, '좌표찍기-화력지원'이 저는 정당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라고 그를 위해 이뤄질 수 있는 모든 행동이 정당화된다고 말씀드리지는 않았습니다. 일제 치하에서 독립을 위해 일제의 주요 인사를 암살했다면, 많은 고민이 있어야겠지만 저는 정당화된다고 봅니다. 하지만 일제 치하에서 독립을 위해, 식민지 일제 인사를 잡아두고 고문하고, 세뇌를 한다면 저는 반대하겠습니다. 이처럼 목적을 통해 행위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것은 개별적이고,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애꿏은 일반화로 명제화해서 그걸가지고 개별사안을 통으로 판단하시려는 의도를 모르겠습니다.
'목적에 따라 행위를 무엇을 판단할지' 라고 말씀드린 것은, 모든 행위는 그 자체로 가치중립적이기 때문에 목적을 살피지 않고서는 그 성질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칼을 들었다고 해보죠. 칼을 손에 든 것 자체를 살인이다, 도축이다, 요리다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요? 그 목적이 살인인지, 생선을 다듬기 위함인지 살펴야 행위의 성질이 밝혀지고 그에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행위의 목적을 살펴야 행위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고 말씀드린 것이지요. 같은 논리로 '거짓을 사실로 이해시키는' 목적이 없다면, 뒤에 따르는 행위가 설령 여론조작의 한 형태일지라도 여론조작으로 판단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모든 행위를 무가치한 동일 잣대로 판단한다면 법원이 왜 필요하겠습니까?
N과 관련해서 말씀드리자면, '좌표찍기'는 단순한 행위라는 것입니다. '좌표찍기'가 여론조작의 한 형태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말씀드린 대로 '좌표찍기'가 왜 이루어졌는지를 살펴보지 않고서는 행위를 밝히고, 도덕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분이 '좌표찍기'라는 행위 자체를 이미 비도덕적이라 판단하고 지탄합니다. 그것에 '사실의 왜곡'이라는 목적이 내포된 걸로 이해합니다. 하지만 '좌표찍기'는 그저 단순한 행위일 뿐입니다. 이름만 다를 뿐이지 출처 표시와 다를게 무엇이겠습니까? 만약 좌표찍기 후 특정 행동을 요구하는 목적부여가 있다면, 그것은 성질이 밝혀지고, 또한 옳고 그름의 구분대상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같이 읽자, 의견을 개진하자 등의 가치중립적인 목적만 있을 때, 뉴스링크, 좌표찍기를 두고 어찌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N을 반대하시는 분들의 입장에서 좌표찍기는 왜곡된 현실의 '또 다른 왜곡'이라고 주장하실 수 있다고 봅니다. 찬성하시는 분들은 정상화라고 하겠지만요. 하지만 헌법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에 입각해 생각해보면, 그 행위가 어떤 결과를 도출시키더라도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일 자체는 가치판단의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 모두 옳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N이 여론조작의 한 형태일지라도, 우리가 지탄의 대상으로 삼아야할 '여론조작'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숲교육님은 나무위키를 빌어 '특정커뮤니티 A커뮤니티의 회원들이 집단으로 모의하고 결사하여 뉴스게시판에 '링크포탈'을 타고가서 선동하는 것도 여론조작'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선동이 뭐지요? 사전적 의미는 '남을 부추겨 어떤 일이나 행동에 나서도록 함.'입니다. '선동'에 대해 도덕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까? 보세요. 다음이든 네이버든 '수요일마다 위안부 집회를 한다'는 기사가 있다고 칩시다. 기사는 완전 중립적으로 쓰여져 있습니다. 그저 일정에 대한 기사와 다를바 없습니다. 그리고 이 기사에는 일베든, 댓글공작단이든 누구도 관심이 없습니다. 댓글이 전무합니다. 다만 기사를 보러오는 일반대중이 있을 따름입니다. 여기에 오유 몇몇 회원들이 '위안부에 관심을 가집시다'라는 취지의 글을 오유에 링크해놓고, 이 기사에 관련 댓글을 적었다고 합시다. 이건 분명 그 형태에 있어, 숲교육님이 말씀하신 여론조작과 동일합니다. 이것도 지탄의 대상이 되어야하는 '여론 조작'입니까? 아니면, 그저 가치중립적인 사회현상의 하나인 '여론조작'을 말씀하신 건지요? 분명 우리는 민주사회발전을 위해 지양해야될 부정적 사회현상으로서의 '여론조작'에 대해 토론을 하는 중일겁니다. 집단으로 모의를 했든, 결사를 했든, 뉴스링크를 했든, 선동을 했든 그것이 여론조작의 한 형태일지라도 목적을 도외시하고는 지탄의 대상이 되어야할 '여론조작'으로 도덕적 판단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집회, 시위를 예를 드셨는데요..
집회나 시위에서 "우리는 이렇게 주장한다" 라는 것은 당연한 자유의사의 표현이지만, 집회나 시위에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이렇게 주장한다" 라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이 말은 앞뒤 맥락을 따져봐도 왜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N관련해서 댓글 다시는 분들이 대한민국 모두의 생각이 이렇다고 댓글 다는 것도 아니고 그러자는 것도 아닌데요.
'의견 개진의 선을 살짝 넘어서, 여론 조작으로 비춰질 수 있는 방법론을 문제삼는 것이지요'
이 부분은 저도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여론 조작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이것은 여론조작이 아니다는 입장이고요. 타사이트에서 뭐라고 하는 지는 신경쓸 필요 없다는 입장입니다. 내 행동의 정당성은 스스로 세우는 것이지, 남의 판단으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