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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3 11:4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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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으로 국뽕 들이킬 때 내세우는 엉뚱한 포인트 중 하나가 '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표기할 수 있다'인데요.
글자는 기호의 일종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그냥 새로운 기호 하나 만들어서 추가하면 어떤 소리든 표기할 수 있어요. 그런데 다른 나라 문자에서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 예를 들어 손가락 구멍이 여섯개인 장갑을 만들면 더 많은 손가락을 넣을 수 있으니 좋은 장갑일까요? 그냥 불편한 장갑일 뿐이죠.
엄연히 존재하고 사용되는 발음들도 화자의 지능이나 지식의 수준에 따라 올바로 읽고 발음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쓰이지도 않을 표기를 자꾸 추가한다면 혼란만 가중될 뿐이죠. 다섯 손가락에는 다섯 구멍의 장갑이 가장 좋듯이 문자는 그 나라의 언어를 잘 표현할 수만 있으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