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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0 23: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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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가 교육에 주는 해악
종교가 주는 해악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종교에 반드시 주어져야 한다고 여겨지는 믿음의 성질에 좌우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믿어지고 있는 특정 신조들에 좌우되는 것이다.
우선 믿음의 성질에 관해 살펴보자.
여기서는, 신앙을 갖는 것, 다시 말해 반대 증거가 있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확신을 가지는 것이 도덕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아니, 반대 증거로 인해 의심이 생기면 그 증거들을 억압해야 한다고 주장된다.
이러한 근거 위에서, 러시아의 경우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주장을 못 듣도록,
미국의 경우 공산주의를 옹호하는 주장을 못 듣도록 젊은이들의 귀를 막아버린다.
그 결과 양측의 신념이 원상 그대로 보존되면서 사생결단식의 전쟁만 준비될 뿐이다.
비록 자유로운 탐구의 뒷받침을 받지 못하는 믿음이라 하더라도 이것 혹은 저것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는 식의 확신은
거의 모든 종교들에서 볼 수 있는 현상으로서 바로 이것이 국가교육제도를 자극해 댄다.
그 결과 젊은이들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 되어
자신들과 다른 광신주의를 가진 상대편에 대해 광적인 적대감으로 가득 차게 되면,
특히 모든 종류의 광신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더한층 적의를 가지게 된다.
증거에 입각해 확신하는 습관, 증거가 확실하게 보장하는 정도까지만 확신하는 습관이 일반화된다면
현재 세계가 앓고 있는 질환의 대부분이 치유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대부분의 나라들에서는 그러한 습관의 형성을 방해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로 되어 있으며,
근거 없는 독단 체계를 믿지 않겠노라고 하는 사람들은 2세를 가르칠 자격이 없다고 여겨지는 형편이다.
[버트런드 러셀,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