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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5 07:2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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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기후상으로 맨땅에 헤딩하듯 세워진 것 같아보이는 수많은 유적지들을 '현대의 시선'으로 살펴보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류 중 하나죠. 각자 그 당시 문명이 번성하던 당시에는 나름 온화하거나 먹고살만한 기후가 형성되어 있는 지역들이었습니다. 그럼 왜 망했냐구요?
1. 인구 과밀화 트리 밟아서 망함 : 기후조건이나 토질이 딱 인구를 부양하기 적당한 수준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인구가 증가(씀풍씀풍 낳거나 이주를 하거나)함에 따라 인구를 부양할 능력이 초과됩니다. 이 과정에서 인구를 부양할 수 있는 식량 및 자원생산의 한계치에 도달하게 되고, 대부분은 이 상황을 타 지역에서 수송하는 것으로 감당하려다 도저히 안되서 자멸하게 됩니다. 좀 더 자세히 테크트리를 살펴보면 '인구 증가 -> 택지 및 도시면적 증가 -> 농지가 줄어들었는뎁쇼? -> 식량이 모자람 -> 망ㅋ함ㅋ'이 되는거죠.
2. 인위적 자연훼손으로 인해 망함 : 문명이 번성하기 위해 위해 관개농업도 하고 근처 숲에서 나무도 잘라다 쓰는 건 좋습니다만, 어느 순간 이게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가속됩니다. 특히 관개농업은 '비옥한 초승달'이라고 말하는 중앙아시아의 티그레스와 유프라테스 강 유역을 개박살낸 원흉으로 찝을 정도로 인류 문명의 시작부터 함게해온 개망테크의 표본입니다. '관개->토양의 염분 증가 -> 생산성 하락 -> 작물 변경 -> 그래도 계속 하락 -> 토지의 생산력 상실 -> 황무지만 남기고 문명 멸망'. 관개농법을 쓰는 대부분의 문명이 처절하게 망한 이유가 이겁니다. 관개농지는 단기간에 식량생산량을 증가시키지만 자연적인 범람과 퇴적물의 순환작용을 틀어막아서 토양을 소모재로 만들어버리게 됩니다. 현대에도 이 관개농법의 폐혜를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예쓰, 이집트. 수천년간 범람원으로 잘 해먹다가 아스완 댐으로 퇴적물 공급이 안되서 완벽하게 관개농지화 되어서 생산량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집트 문명 당시부터 근대까지 수많은 문명의 식량창고 역할을 해왔지만 지금은.... 핳 핳 핳.
3. 숲 박살로 자멸 : 근대까지 문명은 목재로 굴러갔습니다. 철 쓰고 산업혁명 때까지도 목재는 필수였습니다. 석탄 전까지 철은 뭘로 제련했고 100% 순 스틸강철배 나오기 전까지 배는 뭘로 만들었겠습니까? 어지간한 곳 아닌 이상 나무는 어지간한 문명을 지탱해온 필수자재였습니다. 헌데 인구가 늘어나면서 목재 소모량이 늘어났고, 이걸 수송만으로 어떻게 감당이 안 되서 공급이 후달리는 사태가 발생하게 되죠. 아, 거기서 끝이냐구요? 숲은 순환되는 자연환경의 필수요소입니다. 숲이 사라지면 강이 마르고 홍수제어능력도 사라지고 아무튼 망해요. 허나 고대의 수많은 문명들은 이걸 모르고 나무를 무지막하게 베어쓰다가 강줄기를 마르게 하거나 홍수가 시원하게 터져서 다 쓸려나가거나, 표토를 다 날려먹거나 해서 토지 생산력을 날려먹게 되지요. 이스터섬의 아쌀한 지형을 보시면 답이 나옵니다. 고립된 환경에서 나무가 전멸하게 되었을 경우 얼마나 막장으로 치닫나 말이죠.
4. 천재지변으로 망함 : 1,2,3의 요소로 휘청거릴때 극심한 장기 가뭄이나 홍수, 혹은 지진 등의 천재지변으로 문명 기반이 쓸려나가고, 복구할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망가지면 망하는 겁니다. 이건 미국이나 오스트뤠일리아 쪽의 개척민들의 케이스를 보시면 아시게 될 겁니다. 비 많이 올 때야 축복받은 땅인 줄 알았지만 평년으로 돌아가고 가뭄이 찾아오니 그야말로 웰컴투더 헬이 되는 거죠. 아, 참고로 트로이 문명은 화산폭발의 영향을 받아 항구가 개박살이 난 거 복구 못하고 어어어 하다가 경쟁국에게 뒤쳐서 몰락했습니다.
5. 그 외 인간들끼리 쌈박하게 싸움질하다 멸망 : 그 외 나머지는 인간들끼리 치고박다 깃꼽기로 멸망하는 경우, 혹은 카르타고 땅 시원하게 밀고 소금 촥 친 로마 마냥 고의적으로 조져버리는 경우가 있겠습니다.
아무튼 확실한 건 문명이 태동한 지역은 천혜의 자연환경이던 좀 빡센 환경이던 간에 '그 당시 기준으로' 괜찮은 조건이었기 때문에 시작했던 겁니다. 허나 각종 요인(생각보다 튼실하지 않은 자연환경, 부실한 여건, 자연환경 훼손, 옆동네 인간의 몰아닥침)등으로 인해 생각보다 안 괜찮게 변하고, 황폐화되고 몰락한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