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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0 02: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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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의 레시피는 고급을 버리고 대중을 선택했으며, 어렵기를 고집하기보다 쉬운 길을 걸어가는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우리가 멀리 바라보던 맛이라는 것의 애매모호함을 좀 더 확실하게 정의내리고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었지요. 이게 정크푸드라는 단어, 몸을 해치며 우리가 멀어져야 할 식습관으로서 정의를 내리려 한다면 난 저 사람이 달을 가리키려고 한다는 의도를 단호히 거부하겠습니다.
고급스러운 표현과 사회 비판적 태도를 하기 위해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잡는 건 글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수단이면서 대표적인 저열한 수법입니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수많은 표본이 존재하고 주관을 담을 수 있는 소재가 많지만, 그것들을 고르기 위한 고민을 포기하는 대신 손쉽게 접할 수 있고 눈에 띌 수 있는 인물의 값어치를 깎아내리면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한다? 글쎄요, 난 그 고결한 뜻보단 고고하기 짝이 없는 콧대밖에 안 느껴집니다.
난 부모님과 함께 백종원이라고 하는 사람이 나오는 방송을 봤습니다. 거기서 그 사람이 말하는 레시피에 대해 어머니는 '맞지, 저렇게 하면 쉽게 하긴 해. 더 쉬운 방법이 있거나 내가 더 좋은 방법을 쓰니 안 쓰지만' 이라는 식의 중얼거림을 들어본 적 있습니다. 이런 짧은 중얼거림에서 저는 백종원이라고 하는 사람이 우레에게 알려주는 것이 '가정요리', 우리네 부엌에서 만들어지지만 우리들의 삶에서 잊혀지거나 전수되는 맥이 끊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걸 정크푸드라는 식으로 격하한다는 건, 우리가 살아오면서 접해왔던 따스한 저녁 밥상을 해로운 것이라 낙인 찍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들의 삶이 팍팍해져감에 따라 느끼는 갈증을 해소하는 사람에 대한 반응은 당연한 것이고, 그것으로 함박웃음을 짓는 사람들을 '굴복'이라고 표현한다는 점에서, 나는 저 사람에 대해 '경멸'이라는 단어마저 느낄 지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