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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4 19:00:18
8
"말 도 안 돼!!!"
그녀(혹은 저 천조각 사이에 숨겨진 몸뚱아리가 다른 성별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내 원칙 하에, 그)가 외마디 소리를 외치며 우리들의 고막을 뒤흔든다.
"말도 안되는 게 아니라 그게 우리들 대답이야. 우린 너 같은 녀석 몰라."
"모른다니! 그게 무슨 소린데! 내가 유명하다고 해서 여기까지 일부러 찾아왔는데!!"
아니, 생면부지 남의 기대를 충족시켜줘야한다는 법규라도 어디 생겼나? 현 정부라면 날치기로 그런 얼척없는 법안 하나 만들었을 법도 하다만, 일단 내 상식 하에선 그런 법은 없다. 하지만 여기 이 작달만한 그녀(어쩌면 '그'일지도 모르는)는 방방 뛰면서 우리들의 고막이 얼마나 튼튼한지 계속해서 시험하고 있다.
"정말 몰라? 이래도? 이거 못 봤어? 이거는? 여기 네이버에서...."
"아, 그거 봤긴 했는데 그게 너인 줄은 몰랐는데."
"저기 잠깐만. 그 글...."
"봤지! 이거 내가 연재중인 건데 봤지? 응? 응?"
"제목조차도 처음본다 야."
"그럼 아는 척 반응하지 마아아!!"
거 성격 나쁘신 분이네. 일말의 기대감조차 확 꺾는 매우 우롱차같은 분이셔.
아무튼 간에, 몇 분 동안 자신의 유명세를 확인하고자 방방 뛰는 이 양반은 냉혹한 현실을 마주한 이가 그렇듯 데친 시금치마냥 푹 고개를 숙이고 있다. 경험상 이렇게 실망하고 기가 꺾인 사람은 나중에 큰 우환이 되거나 해악이 되어 찾아올 수 있다. 조금 전에 닌자마냥 분신술 펼치는 정신나간 작자처럼 말이지.
"흠... 유명한게 그렇게 중요한가? 우린 애니나 보고 2D나 찬양하느라 바빠서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사는데."
"유명한 건 중요하단 말이야!"
"그래? 뭐, 3D는 잘 몰라서."
"이익...!"
"그러니까, 도와 드릴게."
"응?"
"유명하다고 노래를 불렀으니,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중에라도 유명해지면 되는 거 아냐?"
과거,현재,미래. 이 양반이 정확히 '내가 언제 유명하다!'라는 시간대를 정하지 않았으니 과거에 좀 안 유명하더라도 앞으로 유명하다면 이 불만족스러움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뭐? 궤변 아니냐구? 어차피 과거는 지나갔는데 상관 없잖아? 미래가 그렇게 다가온다면 이 쪽의 불만도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을까?
"아니, 저 그런 게 아니라 나는 그냥 확인을 하러 온 거지 유명해지...."
"좋아! 유명하게 만들어 드리지."
그 말을 던지고 그 양반의 손목을 잡는다. 뭐 하냐구?
친구들, 유명한 건 인지도야. 인지도는 알려져야 하는 것이고, 알려지는 건 흥보야. 그러니까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유명함을 흥보하면 자연스럽게 유명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할까? 음, 뭐 사실 내가 무슨 말 하는지 몰라.
심호흡 한번 가볍게 하고, 이 양반이 걸어나갈 유명세의 행보를 시작할 첫 걸음을, 내가 끊어주었다.
"여기 좀 보십쇼-----오오오! 여기 유----명하신 분이 계십니다아아아아!!"
"뭐,뭐,뭐 하는 짓이야!!"
"아이구, 유명하신 분이 당황하시네요? 뭐 언짢으신 일 계십니까? 하이고, 걱정마십쇼. 유명세로 뭐든 다 됩니다!'
"그, 그마..."
"뭐라굽쇼? 유명인을 못 알아보는 우리가 눈이 없다굽쇼?! 당연하죠! 그래서 이렇게 사죄의 뜻을 전하는 거 아닙니까! 널리! 사방 팔방에! 만 천하에!"
"그마아아안!!"
[본 글은 약간의 과장이 들어가 있지만, 어지간한 내용은 실화랑은 거리가 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