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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1 19: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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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백선생 그 프로의 키 포인트는 백주부 아저씨가 아니라 김구라에요. 프로그램이 예능과 EBS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타고 있는 포지션과 출연진들인데(솔직히 패널 세명들은 어느 예능 프로에서 '딱 한 명' 정도 있으면 적당한 사람들임. 근데 그런 양반들을 셋이나 몰아넣었어요), 그걸 예능쪽으로 밀어내는게 김구라라는 인물 덕분이에요.
이 양반이 주로 유발하는 상황이 상대방의 성깔을 돋궈서 화를 내는, 간단하게 표현하면 '먹이사슬의 역전', 그러니까 카운터를 먹이는 거에요. 주로 김구라가 악당이 되어서 카운터를 먹이는 게 이 양반이 등장하는 예능에서 나오는 공통적인 패턴입니다. 이게 제대로 터지면 재미가 나오고, 안 나오면 망하는거죠.
메인 관계는 포식자와 피식자의 구도로 형성되지만, 그 구도를 깐 상황에서 피식자가 포식자의 구도에 자리잡았던 사람을 콱 물어버려서 낑낑거리게 만드는 것, 이런 먹이사슬의 관계를 구축하는 건 꽤나 힘든 일이에요. 일단 상대를 제압하는 여건도 필요하고 이 위치를 자연스럽게 조정하면서 '빈틈'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죠.
김구라라와의 '궁합'이 맞는 연예인과 안 맞는 연예인을 떠올려보면 이걸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포카ㅊ... 아니, 신정환의 경우 이 구도를 거의 완벽하게 구사하는, 먹이사슬의 구도를 순간적으로 역전시키는 카운터를 시시때때로 구사해서 엄청난 시너지를 유발하죠. 반대로 박명수의 경우 카운터를 치기보단 이 사람도 김구라와 거의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포지션을 가지고 있어요. 김구라가 '헛점이 많은 포식자'라면 박명수는 '허수아비 포식자' 정도의 역할이죠. 결국 두 사람이 가지는 '포식자'라는 공통분모 때문에 상성이 안 맞고, 결과물이 항상 이상하게 말아먹게 흐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