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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5 11: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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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동네에 알콜중독자 아저씨가 있었음.
일은 안 하고 맨날 술만 마시고 다녔음.
어쩌다 일을 하더라도 일 하는 중에 술을 마셔서
일을 망치거나 일끝나고 술 마시느라 돈 다 써버림.
그 아들이 우리형이랑 친구였는데,
그 형이랑 엄마는 아저씨 외상술값이랑
술 마시고 깽판 친 깽값 갚아주느라 맨날 허리가 휨.
갚아줄 돈이 없으면 그 형이랑 아줌마가 몸으로 때웠음.
남의 집에 가서 돈 대신 일을 해주는 거임.
노예나 다름 없는 삶이었음.
초등학생이 알콜중독 아버지 외상값 갚느라
학교도 제대로 못 가고 엄마랑 무료노동을 했음.
견디다 못한 형이랑 아줌마가
아저씨를 쇠사슬로 묶어놓고 다녔음.
옴짝달싹 못하게 된 아저씨는 밖에 발자국 소리만 들리면
나라 잃은 독립투사처럼 애타게 울부짖었음.
얼마나 애절한 지, 동네사람들이 전부 죄책감을 느낄 정도였음.
어느날, 애타는 울부짖음에 속은 동네 아줌마가
아저씨를 풀어준 적이 있음.
그날 아저씨는 며칠 동안 갇혀 있던 울분을 한번에 폭발시켰음.
그리고, 며칠 후 아저씨는 정신병원에 감금되고
풀어준 아줌마는 동네의 역적이 되어 시달려야 했음.
그 형네도 얼마 안 돼 소리소문 없이 이사 가서
동네사람들이랑 연락을 완전히 끊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