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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7 10: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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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에 설악산에 있는 여관에서 일했습니다.
시설이나 환경은 그나마 좀 나은편이었고,
학생들 밥도 맛있게 해주려고 노력하던 집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들과의 뒷거래만 없었다면
학생들에게 더 좋은 환경, 더 좋은 식사를 제공했을 겁니다.
1. 교사들 밥상은 10첩 반상으로 따로 차립니다.
학생들이 그 밥상을 봤다면 폭동 일어났을 겁니다.
2. 취침시간 이후 교사들이 먹고 놀 수 있게 밀실에 술상 차려놓습니다.
수학여행 때, 뜬금없이 술에 취해 돌아다니는 교사들 봤을 겁니다.
밀실에서 쳐먹고 나온 겁니다.
술상은 산해진미 진수성찬입니다.
학생들이 봤다면 폭동 일어났을 겁니다.
3. 교장(or 교감)에게 돈봉투 꼭 챙겨줍니다.
눈에 안 띄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교장(or 교감)방으로 직접 가서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여관주인이 직접 가면 의심 받으니까 저한테 시킵니다.
수건이나 비품 같은 거 챙겨주는 척 하면서 전달해줬습니다.
학생들이 액수를 봤다면 폭동 일어나거나 경찰에 신고했을 겁니다.
4. 간혹, 선생님들 전원이 학생들과 같은 밥을 드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 학교는 저녁 술상도 없고 돈봉투도 없습니다.
그런 경우 식사의 질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일하는 저희 입장이야 편하고 좋지만
주인 입장에선 상당히 골치 아픕니다.
밥이나 환경이 조금이라도 미흡하고 부실하면
선생님들이 직접 따지거든요.
그런 학교 온다고 하면 침구류도 세탁해서 넉넉하게 넣어줍니다.
한 방에 20명, 30명? 그런 거 없습니다.
엊그제 30명 자고 간 방에 15명 잡니다.
저는 ‘교사’와 ‘선생님’을 구분해서 썼습니다.
1~3번까진 ‘선생님’이라고 할 수 없는 것들이라
직업의 명칭인 ‘교사’를 썼습니다.
교사들은 대부분 저한테 반말을 했지만
선생님들은 제게 존댓말을 썼습니다.
그러면 저도 학생들에게 존댓말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