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04
2022-03-11 22:12:44
23
저는 일곱살 되던 해에 아버지 돌아가시고
엄마 혼자 아들 다섯 키우셨어요.
외삼촌들의 자기들이 같이 키워주겠다는 말에 속아
엄마 고향으로 이사 갔는데,
그나마 있던 저희 재산 1년 만에 다 빨아먹고
외손이라고 새뱃돈 조차도 주지 않더군요.
외할머니가 애지중지하던 앵두 따먹다 걸려서 도망가다
오른쪽 눈꺼풀이 찢어져서 피를 철철 흘리는데도
앵두 따먹은 타박만 하시던 외할머니.
나중에 친손들이 따먹고 있으니까
어찌 그리도 자상하시던지…
어느날 배가 너무 고픈데, 엄마도 없고
타박만 하는 외갓집엔 가기 싫고
눈치 주는 외삼촌 새끼들한테도 갈 수 없어서
엄마가 밥 하던 걸 본 기억을 떠올려
쌀을 대충 씻어서 냄비에 넣고,
혹여 탈까 석유 풍로를 지키고 앉아
불 조절 해가며 밥을 해먹었습니다.
그리고 저녁 때 엄마한테 내가 밥 해놨다고 자랑을 늘어놓았죠.
그걸 본 엄마가 얼마나 우시던지…
그때가 여덟살 때였네요.
돌아가시기 전에도 그 얘기를 하시던 우리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