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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3 10: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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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에 입대한 해군 부사관 출신입니다.
그 때도 제한배식 했습니다.
식판 하나에 숟가락 하나로 두명이서 나눠 먹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함정근무 중에 그런 일을 경험했습니다.
미해군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랑 훈련 중
6m짜리 파도를 측면으로 맞아
점심배식을 준비하던 조리병들 팔다리 부러지고
화상 입고, 음식은 몽땅 음식물 쓰레기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날 전투식량이란 걸 처음 먹어봤습니다.
딱딱하고 퍽퍽하고 아무맛도 느껴지지 않는
탄수화물 블럭을 우걱우걱 씹어 먹으며 훈련 뛰었습니다.
결국 그날 하루종일 쫄쫄 굶으며 모든 일정을 소화해야 했습니다.
95년 6월에 2주 일정으로 나갔다가
교대해주기로 한 배들이 줄줄이 펑크 내는 바람에
추석에 돼서야 들어왔습니다.
한달 정도는 그럭저럭 잘 먹었는데,
그 이상 지나자 배에 남은 게 쌀이랑 조미료밖에 없어서
간장, 마가린 넣고 비벼서 생김 싸서 먹었습니다.
곧 교대할 수 있을 걸로 예상해서 추가 보급이 없었던 탓에
그걸 2주 가까이 먹고 나서야
부랴부랴 추가 보급을 받았습니다.
저는 지금도 간장 마가린 비빔밥을 안 먹습니다.
해군이 잘 먹긴 하지만, 망망대해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다보니
의외로 극한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제한배식은 그에 대비한 아주 중요한 훈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