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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3 13:3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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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젊은이가 내게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냐고 물었음.
난 단박에 싫다고 했음.
의아해 하며 왜냐고 묻길래
그 야만의 시대를 다시 살고 싶지 않다고 했음.
내가 20대 때 노태우, 김영삼이 대통령이었고
IMF 구제금융을 겪었음.
전대협 의장이 수배범으로 쫓기던 시절이었고,
북한이랑 통일하자고 외치던 한총련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하던 시절이었음.
선거 있을 때마다 주임원사, 포술장, 작전관,
부함장, 함장한테 불려다니며 집중 상담을 받아야 했고,
우편으로 배달된 선거공보물도 주지 않았음.
후갑판에 설치된 부재자 투표소의 기표소는
앞뒤가 훤히 뚫려 있었고, 그 앞에 앉은 주임원사가
“글로! 잘 생각해서 찍어라!” 하던 시절이었음.
기초군사학교(해군 훈련소)에서 친하게 지냈던 동기놈은
나를 운동권으로 고발한 대가로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발령이 나고 진급도 잘 했음.
그 야만의 세월을 내가 어떻게 견디며 살아왔는데…
그 시절을 또 살라고?
아! 그 동기놈은 20대에 암 걸려서 죽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