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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3 11: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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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생이에요.
1980년에 학교에 들어갔어요.
대도시에 살다가 입학하던 해에 강원도로 이사를 갔죠.
입학식날, 선생님이 칠판에 이름을 써보라고 했는데,
시골 아이들 다 자기 이름 쓰는데 저만 못 썼어요.
지금은 본업과는 별개로 책 읽고 글 쓰는 낙으로 살아요.
제가 쓴 책도 꽤 잘 팔렸고,
가끔 돈 받고 글을 써주기도 해요.
한글 모른다고 저를 놀리던 친구들에게
중고등학교 때 국어를 가르쳤어요.
결국, 언제 필요하고 언제 관심이 생기느냐인 것 같아요.
저는 한글 보다 숫자를 먼저 배웠지만 수포자 문돌이가 됐어요.
저는 결혼을 하지 않아서 아이는 없는데,
조카들 키워 본 경험으로는,
아이들이 관심 가지는 분야에 같이 관심 가져 주고
아주 작은 성취에도 기뻐하고 열광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미취학 큰조카가 말도 안 되는 그림을 그려갖고 와서 자랑할 때,
저는 잘 그렸다 못 그렸다가 아니라
표현력이 정말 좋다고 칭찬하고 열광해줬어요.
대학생이 된 큰애는 전공과는 별개로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데, 실력이 수준급이에요.
어느 책에서 보니,
인간과 원숭이가 다른 점은
인간은 자식에게 열광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그게 자식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발전의 원동력이 된대요.
동네에 예쁜 꼬마가 있어서 먼저 배꼽인사를 했어요.
저를 따라 인사하길래 인사 잘 한다고 칭찬을 해줬어요.
초등학생이 된 그 아이는 지금도 저를 보면 배꼽인사를 해요.
다른사람 한텐 안 하는데 유독 저한테만 해요.
열광해주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칭찬 받은 경험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내 자식이 남보다 뒤쳐질까 걱정하는 마음은 잘 알겠지만
글자 몇개 더 배우고 숫자 몇개 더 배우는 것보단
내가 무언가를 하면 열광해주는 사람이 있구나.
창찬해주는 사람이 있다 라는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