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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1 08: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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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르므로, 내가 처음 들어봤으므로,
내가 자주 사용하지 않으므로, 어려운 한자어이므로...
그렇게 어휘를 하나씩 지워가다 보면
우리말 어휘가 매우 부족해지지 않을까요?
모든 사람들이 국어사전을 통째 외울 필요까진 없지만
그래도 내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고
상대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되도록 많은 어휘를 알고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동티모르’라는 나라는 고유 언어인 ‘떼뚬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르투갈어나 인도네시아어를 주로 사용합니다.
떼뚬어의 언어구조가 매우 단순하고 어휘가 부족해
복잡한 표현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육현장에서도 떼뚬어를 거의 쓰지 못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교육용 언어로 뭐가 좋을 지를 두고
세대간 갈등이 심각하다는 겁니다.
포르투갈 식민지 시절을 살았던 세대들은
어차피 일상 생활에 포르투갈어가 많이 녹아 있으니
포르투갈어로 하는 게 좋다고 하고,
인도네시아 식민지 시절 교육을 받았던 젊은 세대들은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어로 교육 받았는데
갑자기 포르투갈어가 웬말이냐며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400년 넘게 포르투갈의 식민지배를 받으면서
그들 고유어의 어휘도 사라지고
언어 구조가 단순해져버렸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반영하여...”
기획서, 보고서, 사업계획서 등에
굉장히 자주 쓰이는 말입니다.
“고객의 요구를 반영하여...”
“고객의 필요성을 반영하여...” 같은 말을 써도 될 걸
굳이 그렇게 씁니다.
물론 ‘니즈(needs)’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뜻이나
어감 등이 ‘요구’나 ‘필요’ 등으로 치환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상황에 따라 적절한 어휘를 골라 쓰면
의미를 전달하는덴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글인 한글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지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우리말을 지키고 이어나가려는 노력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말과 글에는 쓰는 사람의 정신이 담기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