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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0 20: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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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임하사 때, 해군 1함대에서 근무했었음.
체력검정 때 무리를 하다 허리를 다쳐서
의무대에 1주일 정도 누워있었음.
6월 말 쯤 어느 토요일 오후,
날도 덥고 할 일도 없고 해서
병실 출입문이며 창문이며 다 열어놓고
출입문을 등지고 앉아 책을 읽고 있었음.
어느순간 뒤가 시끌시끌해서 돌아보니
의무대장이랑 간호장교랑 늙수구레한 중위랑
뭐 여러명이 웅성거리면서 병실로 오고 있었음.
의무대장의 출현에 당연히 일어나서 예를 갖췄음.
그런데, 이상하게 의무대장이 중위에게 너무 깎듯한 거임.
도대체 저 중위가 뭔데 저러나 싶어 유심히 봤는데,
이상하게 계급장에 각이 많이 져 있는 게 낯설었음.
그래서 도대체 뭔 계급장이 저런가 싶어
계급장에 시선을 고정한채로
중위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갔음.
그리고 그 이상한 계급장이 별 두개인 것을 확인했음.
속이 시원했음.
저 이상한 계급장이 별 두개였구나.
그래, 별 두개면 제독이지. 소장이라고 부르는 계급이지.
이런 생각을 하다 문득 이 상황이 뭔가 이상했음.
별 두개, 투스타, 투스타면 사령관…!!!!!!!!
그 이상하고 늙수구레한 중위는
우리 1함대 사령관이었던 거임.
ㅈ된 걸 깨닫고 사령관의 심기를 살폈음.
사령관은 ‘이 하사 나부랭이 새끼는
왜 겁대가리를 상실한 것처럼 보이지?’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음.
의무대장 또한 “이 새끼는 전생에 나랑 무슨 원수를 졌길래
내 앞길을 ㅈ되게 만드는 행동을 하는 거지?“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음.
그렇게 사령관과 침묵 속에 눈싸움을 하고 있는데,
사령관이 먼저 입을 열었음.
”병실 생활은 어때? 할 만 한가?“
”네!!! 의무대장이 배려해줘서 편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단언컨대, 내 군생활 5년 6개월 동안
그렇게 절도 있고 큰 목소리를 내 본 적이 없었을 거임.
나의 우렁찬 대답이 끝나자
사령관과 의무대장을 비롯한 사림들의 표정이
일순간에 풀어졌음.
“그래, 몸조리 잘 하고, 잘 쉬다가 복귀하도록 해라”
사령관은 이 말을 남기고 병실을 떠나갔음.
그리고 약 1주일 후 주말 어느날,
김일성이 죽었다는 소식에 나는 강제로 배로 복귀해야 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