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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03 02: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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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모아놓은 것만 봐도 많은데 빠진 것까지 치면 어마어마하죠ㅡㅡ 자질구레한(? 그나마 지나가는 바람 수준인 건 넘어가면요) 건 제외하고 두어 가지만 덧붙여볼까요.
우선 피겨계에서 코치는 흔히 생각하는 사제관계라기보다는 과외선생 같은 거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코치에게 사전에 말도 않고 급이 비슷한 코치를 영입하면서 그 코치보다 한 단계 아래로 두려고 한 적도 있어요. 동급인 코치들을 그렇게 고용하는 경우야말로 무례한 처사였기에 새 코치는 자기가 들어가기 전 먼저 그 코치와 한 계약을 해지하라고 했다네요, 안 그러면 두 코치 모두 매우 거북한 일이 되니까요. 그런 일이 있어도 그 사람은 그다지 비판받지는 않더군요.
미셸 콴 같은 경우에는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코치와 올림픽 직전에 계약을 끝냈다던가요? 당시 미국에서도 말이 많았지만 그게 소위 '스승을 자르다니 싸가지 없네'는 아니었대요. 선수와 코치가 안 맞는 부분이 생겼고 거기에 대해 의견을 합치할 수 없어 각자 길을 간 거죠(이유가 있긴 하지만 그건 당사자들 문제니 생략할게요).
캐나다인 코치도 언론플레이로 마치 연아네가 예의없게 군 것처럼 몰아갔지만, 그런 행태는 직전 한국인 임시 코치가 먼저였어요. 그 땐 연아가 시니어에 데뷔할 때였는데, 당시 연아를 맡았던 김세열 코치(연아는 국내용이 아니라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텅 빈 관객석을 보며 경기를 치르던 연아에게 표현력을 가르친 코치입니다. 나중에 지금 안무가인 데이빗 윌슨에게 연아를 '행복한 스케이터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죠)가 건강 이유로 물러나고 그 자리를 캐나다인 코치가 맡기로 했는데 일정상 공백이 생겨 그 몇 달 동안 연맹에서 임시로 붙여준 사람이에요.
연아 어머니가 선수 바쁜 와중에도 시간 빼서 단 이십 분이라도 연습하는 거 봐달라고 했더니 잡담으로 때우기 일쑤고, 경기 때는 단장하고 싸이 미니홈피에 사진 올리고, 연아네에서 나가지 않기로 한 TV인터뷰 독단으로 가서 선수가 수행했던 프로그램 이름도 잘못 언급하고(파파 캔 유 히어 미를 파파존스 히어 미라고 했다던가요), 석 달 스무 날 정도 코치 자리에 있었으면서 1년 반을 가르치면서 자신이 연아 표현력을 틔웠다고도 하는 둥, 문제가 많았죠. 연아 어머니가 당사자와 오래는 못 할 거라고 얘기를 했더니 앞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얘기하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나 버리면 좋은 일 없을 거란 식으로 얘기하기도 했다네요. 결국 계약 해지하고 나서 몇 시간 안 돼 인터넷에는 '김연아 스승 버리다' 식으로 기사가 떴죠. 당시 유명했던 피겨 커뮤니티 사이트였던가요? 거기서는 이 임시코치를 옹호하는 사람이 글을 올렸고요(나중에 전 임시코치는 IP추적까지 당했다고 했는데, 당시 사람들이 IP를 추적한 건 옹호글을 올린 사람이었습니다. 옹호글 올린 모 씨=전 임시코치를 스스로 폭로한 셈이죠). 어떤 해설위원은(방상아 위원은 아닙니다) 방송에서 경기를 해설하다 연아더러 실력보단 인성이 중요하단 엉뚱한 소리까지 했습니다. 이 때 연아선수는 한동안 다른 종목 선수 몇몇과 같이 입에 오르내려야 했죠, 피해자임에도 가해자인 것 처럼요.
그 임시코치는 몇 년 전까진 롯데월드 링크장에서 계속 코치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지금도 거기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두 번째는 본문에서도 언급됐던 것이니 짧게 적겠습니다. 기술이 받쳐주지 않으면 표현력은 빛을 발하지 못합니다. 둘 중 어느 하나만 충족한다고 훌륭한 선수가 되기는 어렵죠. 표현력이 돋보였던 선수들 중에는 기술이 달려 그냥저냥한 자리에 있기도 하고 기술로 이름을 날린 선수들도 표현력이 따라주지 못하면 최고 자리에는 살짝 빗겨났죠. 카타리나 비트가 고난도 기술로 여왕이 된 게 아니잖아요. 크리스틴 야마구치는 표현력으로 금을 땄지만 3-3연속 점프 또한 뛸 수 있었습니다. 알렉세이 야구딘이나 예브게니 플루셴코, 그 밖에 많은 선수들이 신이니 황제니 시인이니 하는 칭송을 들은 것도 눈부신 기술과 멋진 표현 모두가 받쳐줬으니까 그랬던 거예요. 일본에서 만들고 우리나라가 생각 없이 가져온 그 프레임은 달리 말하면 연아선수는 이미 기술이 탄탄해서 표현력이 더욱 돋보인다는 걸, 같이 엮은 사람은 희귀한 기술 하나 말고는 내세울 게 없다는 걸(그것도 사실 제대로 하는 게 아니지만요) 그들 스스로 실토하는 셈이죠.
적다보니 이것도 있었지, 하는 것들이 있지만 지금 적은 것도 기니 여기까지만 할게요.
연아 선수가 이번 대회에서 하고싶은 것 마음껏 다 펼치고 홀가분하게, 행복하게, 연아답게 해내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