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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9 08: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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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아사다는 프로그램 첫 점프로 트리플 악셀을 시도하다 미끄러져 넘어졌죠. 제대로 된 방법으로 점프를 시도했다면 저렇게 넘어지진 않았을 거라고 합니다. 점프란 게 뛰어오른 다음에 회전수를 다 돌고 내려오는 건데(물론 '어느 정도' 미리 도는 것은 허용이 됩니다), 아사다는 도약 전에 소위 비비기를 시도하다 저렇게 된 거예요. 앞으로 뛰어야 하는 점프를 거의 뒤로 뛰려고 드니 저렇게 넘어졌다죠.
그럼에도 모두가 자기를 쫓아오려 했지만 자신은 잡히지 않았다고 말하기까지 한 사람이에요. 그간 잘못된 방식으로 점프하는 거나 다양하지 못한 표현력, 실력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는 게 문제되긴 했지만 그래도 피겨팬들이 매우 귀여워하는 편이었는데, 저 이후로 마음 식은 사람 많을 거예요. 거기다 일본 방송에서는 아사다가 어떻게 이겼는지 방송하면서 연아선수를 생방송으로 연결해 그걸 보여주기도 하고요. 경기 안 풀려서 울고 그런데 이겨서 또 울고 기뻐하는 아사다가 화면 가득 나올 때 그걸 보는 연아선수 얼굴을 구석에 띄워놓더군요. 본문에 나온 장면은 아사다를 조롱하는 게 아니라 대회 순위를 놓고 말이 많자 오히려 '실수가 있었음에도 이길 정도로 대단하다'고 부러 세게 나간 거예요.
08세계선수권이 문제가 많은 대회였어요. 윗분들이 이미 잘 설명해주셨듯 안무 없이 10초 이상 활주를 하는 경우 감점을 받아야 하는데 아사다는 도리어 점수가 높았어요. 당시 2위를 했던 선수는 점프 착지 때 손을 여러 번 짚었고요. 대회는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렸고 그 선수는 ISU회장(친콴타 당시 직책이 이거 맞나요?;)과 같은 국적이자 유럽 국적입니다.
그때 1,2,3위 선수들 점수 차이가 1점 정도씩밖에 안 됐죠. 줄세우기가 눈에 보이는 경기였어요. 아마 세계선수권 중 1등이 역대 최저점으로 우승했던 대회였을 겁니다. 연아선수 점수 나올 땐 관객들이 점수가 낮다고 야유하기도 했어요. 독일기자는 경기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죠. 피겨 잡지였던가요, 거기서 남자 싱글 선수 시상식 사진은 선수 사진 밑에 금은동을 같이 적어놨는데 여자 선수 사진은 연아선수 사진을 가운데에 두고 메달도 따로 적지 않아서 팬들이 그걸 보며 그나마 위안을 삼았습니다.
연아선수는 07그랑프리 파이널 우승 이후 고관절 부상을 입었죠. 부상이 심했는지 하루만 쉬어도 감이 떨어진다는 피겨를 3주 가량 하지 못했대요. 처음엔 당시 훈련지인 캐나다에서 치료하려다 잘 안 되자 귀국해 치료받고 롯데월드에서 훈련을 재개했어요. 점프를 1회전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네요. 링크장 주변 상가가 밀집한 곳에서 그나마 자리 찾아 체력훈련 하고 달리기 하다 그나마도 사람들 붐비면 못하고, 얼음 지칠 땐 여기저기서 플래시 터지고 '연아야! 점프!' 소리 들으며 대회를 준비했죠. 다른 선수 부모에게 폭언을 듣기도 하고요. 당시 롯데월드에 들렀던 팬 말로는 선수가 활주하는 데 일부러 방해하는 사람도 있었다네요. 부상 때문에 대회 자체를 포기하려고도 했다고 들었어요.
이 경기 이후 연아선수와 선수 어머니가 가톨릭에 귀의했습니다. 음...제 딴에는 최대한 감정은 배제하고 사실만 나열하려고 했는데 잘 됐는지 모르겠네요; 이래저래 팬으로서 참 마음 아픈 대회였습니다.